미셸 EU 정상회의 의장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입장차
가자지구 봉쇄 조치 두고 "국제법 위반 여부" 의견 갈려
집행위원장 전향적 입장 두고 EU내부서 비판론 나와
◆…EU 지도부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합의에 다다르지 못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전날 17일(현지시간)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중심에 위치한 알 알리 아랍 병원을 폭격함으로써 자행한 새로운 전쟁범죄"라고 발표했으나 이스라엘 측은 상공에서 촬영한 영상과 하마스 측의 오발 상황을 언급한 감청 녹취 등을 증거로 내세우며 사건의 배후는 이슬라믹 지하드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이날 미셸 의장은 가자지구 알 알리 아랍 병원의 폭발 사건과 관련해 "우리는 함께 있을 때 이 정보를 얻었다"며 "민간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은 국제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이날 EU 지도부는 팔레스타인 당국의 보고를 듣고 회담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셸 의장은 이날 회담에서도 "우리는 모두 언제 어디서나 평화, 국제법, 인도주의 법을 수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다만 당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좀 더 세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앞서 두 지도자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조치에 대해서도 견해차를 보였다.
미셸 의장은 "기본 기반 시설을 끊거나, 물과 전기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것은 국제법에 어긋난다"며 봉쇄 조치 중단을 촉구한 한편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물 공급은 인권 차원에서 필수적"이라고 말하면서도 국제법 위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EU 내부에서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이스라엘에 쏠린 입장과 관련해서 비판론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양측의 무력 충돌이 발발된 지 며칠이 지나서야 "이스라엘이 자위권을 행사하되 국제법을 존중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미셸 의장은 "이스라엘에 대한 입장을 정하는 것과 EU의 외교 정책은 집행위의 일이 아닌 EU 정상회의의 소관"이라고 말했다.
유로스탯도 EU 지도자들 사이에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이스라엘 방문과 지지 발언을 두고 지나친 조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대부분의 회원국은 위원장의 조율되지 않은 전향적 입장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두고 EU 내 균열이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0일에도 EU는 이스라엘은 스스로 방어할 권리가 있지만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며 가자지구 전면 봉쇄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는 동시에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 중단 발표를 하루 만에 번복한 바 있다.
당시 EU 내부에서는 헝가리 위원인 올리버 바헬리 EU확대정책 담당 집행위원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EU 원조가 동결된다고 밝히면서 이에 대한 반대의견과 함께 바헬리 위원이 내부적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날 회담 또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초기의 모순된 대응이 국제적 역할을 하는 EU의 권위를 훼손하고 지역 내 국가들과의 관계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우려 때문에 소집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