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 동향 살펴보니
올해 1~7월까지, 중국 점유율 40% 웃돌아
'박리다매' 전략, 삼원계 기술 경쟁력 한몫
70% 이상 장액했던 한국 점유율 57%로 뚝
"차세대 기술 R&D에 손익관계없이 稅감면"
◆…KIEP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기업의 점유율이 빠르게 확대된데는 중국산 삼원계 배터리의 탑재량 증가에 기인한다"며 "삼원계의 가격 경쟁력 확보와 차세대 배터리 및 소재 분야의 기술 및 시장 선점을 위해 우리 기업과 정부의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사진 연합뉴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최근 내놓은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의 중국기업 점유율 확대 요인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7월까지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의 유럽 시장점유율은 57% 수준으로 집계됐다. 삼원계, 리튬인산철(LFP) 등 배터리를 합한 수치다. 2021년(70.6%)과 비교해 점유율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반면 중국 배터사의 점유율은 40% 수준까지 치솟았다(2021년 22.6%). 중국의 CATL(35.23%)만 떼어내서 보면, 점유율 1위인 LG엔솔(39.03%)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KIEP는 "유럽 전기차 시장은 삼원계 배터리를 중심으로 탑재되고 있으며, 중국기업의 유럽 시장 점유율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것도 LFP 배터리가 아닌 삼원계 배터리"라고 분석했다. 실제 올 1~7월 중국의 대(對)유럽 리튬이온배터리 수출은 147억 달러로, 전체(369억 달러)의 40%에 달한다.
중국기업이 유럽 시장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던 배경엔 '박리다매'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부분이 꼽힌다. KIEP는 유럽 시장의 점유율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업체인 CATL의 내부·외부요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CATL은 업스트림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 및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 및 전구체 제조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삼원계 기술 수준도 크게 향상됐다"고 진단했다. CATL의 작년 R&D 투자금액은 155억1000만 위안(한화 약 2조8000억원)에 달했다. 한국의 삼원계 기술이 중국보다 많이 앞서 있다고 여겨지지만, 실제 격차는 2년 정도로 크지 않다고 평가된다는 게 KIEP의 설명이다.
또 중국 배터리 산업의 공급과잉으로 기업들의 재고 압박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CATL은 재고 축소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과열되는 중국 내수시장 경쟁에 대응해 적극적으로 해외 판매를 추진하고 있단 것이다.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기업별 점유율, 삼원계·LFP 등 모두 포함.(자료제공 대외경제정책연구원)
KIEP는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유럽 현지 생산라인 가동이 2025년 이후 대거 예정되어 있고, 한국기업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중국기업도 완성차 업체로부터 수주를 받고 현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 2~3년 내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LFP 배터리의 탑재가 확대되고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판매가 증가한다면, 중국 배터리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더욱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한국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있도록 정부 지원이 시급하단 목소리다. KIEP는 "현재까지 전기차 배터리의 기술개발 방향이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향후 집중해야 할 부분은 가격과 안정성"이라고 밝혔다. 중국기업이 하이니켈 등 프리미엄 배터리 분야에서도 가격 대비 성능을 강조하며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또 "전고체, 리튬황 배터리, 음극 리튬메탈 등 차세대 배터리 및 소재 분야에서도 중국과의 경합이 예상된다"며 해당 분야의 기술·시장 선점을 위한 체계적인 전략도 세워야 한단 주문이다. KIEP는 "소재 기술개발의 경우 비용 부담이 크고 단기간 내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정부가 업계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차세대 기술 R&D에 대해서는 기업의 손익과 관계없이 제세 감면, 보조금 지급 등 과감한 우대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