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회 정무위 국감의 화제 중 하나였던 존 필메리디스 SC제일은행장의 증인 신문이 예상과 달리 싱겁게 끝났다.
SC제일은행의 각종 비리를 파헤치는 데 앞장섰던 열린우리당 신학용 의원의 가시돋친 질문에 필메리디스 행장은 모범답변으로 일관, 예봉을 슬그머니 피해가 버렸다.
20일 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신학용 의원은 은행의 핵심 의사결정을 도맡는 집행위원회에 한국인 임원이 한명도 포함되지 않은 점을 추궁했다.
즉, 요직은 스탠다드차타드뱅크(SCB) 출신들이 장악하고 한국인 임원들은 소외되는 등 토착화에 실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필메리디스 행장은 이에 대해 '현재 집행위원회에 한국인 임원이 없다'는 답변 대신 "집행위원회 뿐 아니라 임원에도 앞으로 더 많은 한국인들을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6개월 안에 상당수 외국인 임원이 돌아가게 되는데 이 자리를 한국인들이 대신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인 임직원 양성 프로그램도 가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필메리디스 행장은 대출 심사과정에서 기업정보가 유출됐다는 지적에 대해 "한국의 법과 규제 한도 내에서 정보를 공유했다"고 답변했다.
필메리디스 행장은 은행장의 대출 전결액을 묻는 질문에 "SC제일은행은 독립적으로 경영되며 모든 최종 결정 권한은 은행장에게 귀속된다"고 답변, 허수아비 은행장 설을 일축했다.
그는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을 준수한 적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 "중소기업 부문 성장에 노력할 것"이라며 "제안에 고맙다"고 응답했다.
그는 질의 마지막 소감을 통해 "개인적으로 국감 증인으로 참석하게 된 데 영광"이라며 "많은 제안을 감사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 의원은 "필메리디스 행장이 이같이 생각하고 있다니 다행스럽고 반갑다"고 말하는데 그쳤다.
결국 필메리디스 행장이 신 의원의 질문을 효율적으로 피해 논쟁의 여지를 아예 없애버렸던 셈이다.
은행업계는 SC제일은행이 국감 증인 채택 전부터 뻣뻣한 자세로 일관해 정무위의 공분을 샀지만 실익이 없다는 판단 아래 입장을 선회해 증인 신문이 싱겁게 끝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