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 담배소비세 세율 인상 여지 있다"
김유찬 계명대 교수 등 연구논문 통해 밝혀
탈세유인 등 각종 문제점을 안고 있는 현행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도 기준금액을(연 매출 4800만원 미만 사업자 대상)점진적으로 하향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주세와 담배소비세 세율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도 함께 나왔다.
김유찬 계명대 세무학과 교수, 윤태화 경원대 회계학과 교수, 서희열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24일 세무학회가 발간하는 계간지 '세무와 회계저널'에 기고한 '소비세 분야의 세제개혁 방향'이라는 제하의 연구논문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을 내놨다.
□ 대규모 재정지출 소요-부가세 통해 충당고려할 만=연구팀은 "국가경제적으로 큰 규모의 재정지출 수요가 발생하고 이를 조세를 통해 조달해야 하는 경우 부가가치세를 통한 재정수요의 조달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논란이 되고 있는 '비젼2030' 등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국책사업 재정소요 마련을 위해 사실상 부가가치세율 인상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
연구팀은 "큰 규모의 재정수요를 조달할 수 있는 세목은 국제적인 경쟁에 노출되어 있는 소득세 및 법인세를 고려하면 부가세가 유일한 대안일 가능성이 많다"며 부가세율 인상에 대한 논거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다만 부가세율 인상시 가져올 수 있는 경제적 부작용, 즉 경제적 물가인상과 이를 통한 임금인상의 계기를 주지 않도록 한국은행과 같은 중앙은행이 인플레 압박에 대해 면밀하게 대처하는 것이 병행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아울러 "부가세율 인상으로 발생하는 소득분배구조의 역진성이 심화되지 않도록 주요 생필품에 대해 경감세율을 도입하고 탈세 등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사설학원 교육용역 부가세 과세 전환 필요=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부가세 면세범위 조정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연구팀은 그러나 '지금 당장 시행'보다는 '세율 인상시 보완책' 수준으로 중장기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연구팀은 "현재 우리 나라 부가세율 수준이 영세율 등 강력한 소득역진성 완화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유럽국가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기 때문에 당장은 이러한 정책은 불필요하다"며 "그러나 부가세율 인상이 있게 된다면 이 같은 정책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부가세 면세가 허용되고 있는 분야 중 ▲일반 사설학원의 교육용역 ▲미용목적 성형수술 등 의료용역 ▲민간업체와 경쟁관계가 있는 철도용역 및 지자체 등의 음식업 등은 즉각 과세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이와 관련 "OECD국가의 경우 대부분 공교육만 부가세 면세를 시행하고 있다"며 "사교육비 증가우려에 따른 반대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사설학원 교육비 지출은 소득에 비례해 지출되는 경향이 강하므로 부가세 과세가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미용목적 성형수술 부가세 전환에 대해 연구팀은 "미용목적의 성형수술 등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이기 때문에 면세 제외가 바람직하다"며 "다만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것들 중 필수적 치료행위 등에 대해서는 선별적 면세를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탈세통로' 간이과세 기준금액 점진 하향조정해야=간이과세제도 개편과 관련해 연구팀은 "현행 기준금액 4800만원은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이 매출액 기준액의 바로 아래 수준에 안주하려는 사업자가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매출액 기준액을 하향조정할 경우 상당히 많은 사업자가 일반과세자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며 "첫 단계에서는 3600만원으로 그 다음에는 2400만원으로 낮춰 자연적으로 간이과세자를 없애는 방법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또 "간이과세자 기준금액을 하향조정하는 과정에서 업종별 세분화가 필요하다"며 "동일한 매출금액이더라도 업종별 부가가치율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수익이 많은 업종에 대해서는 차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 주세, 담배소비세 인상, 바람직한 정책(?)=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담배소비세 인상에 대해서도 연구팀은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지출을 줄이고 국민건강을 증진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연구팀은 "또 다른 연구결과에 따르면 음주로 인해 지불하는 사회적 비용은 2003년 기준으로 약 17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며 "이는 저렴한 주류가격과 용이한 접근성 등의 음주환경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서민주'인 소주에 저세율을 부과하는 정책이 왜곡된 음주문화 개선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고알콜주인 소주가 국민적 정서 등을 이유로 병당 424원의 낮은 세율이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또 "장기적으로 주류에 대한 전반적 세율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소주 등 증류주에 대해서는 150%, 맥주 120%, 과실주 등 70% 수준, 탁주 50%의 세율체계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담배소비억제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다는 차원에서 담배소비세 인상의 여지가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주세와 담배소비세는 세율인상을 통해 세수증가와 국민건강 목표 중 적어도 하나는 달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정부가 안정적으로 취할 수 있는 몇 가지 없는 정책수단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