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계열사의 채무탕감과 관련된 로비의혹의 진실규명을 위해 현장검증을 실시하려고 했던 법원이 의외의 문제로 검증에 실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이종석 부장판사)는 현대차 그룹의 로비스트였던 김동훈씨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변양호 前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과 박상배 前 산업은행 부총재를 상대로, 돈이 오간 장소로 지목된 강남 某 호텔 인근 식당과 여의도 인근 식당 등에서 지난 17일 현장검증을 실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23일 공판에 앞서 "17일 예정됐던 현장검증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시행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종석 부장판사는 "현장검증은 원래 검증의 목적에 맞게 차분하게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비공개로 할 예정이었으나 일부에서 현장 검증의 장소는 물론 시간까지 공개돼 일부 피고인의 항의도 있었다"고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이종석 판사는 또한,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검증시 피고인 포박여부에 대한 법원과 구치소간의 갈등 의혹에 대해 "구치소와의 갈등이라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또한 "이번 사건은 살인·강도 같은 일반 형사사건과는 달리 검증에 참여하는 피고인의 인권침해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포박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상황속에서 검증해야 한다"며 "검증현장까지 피고인을 호송해 오는 것은 법원의 역할이 아니지만 재판장에 도착한 이후부터 모든 것은 재판부에서 지휘한다"고 강조해 추후의 검증에서도 피고인을 포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울러 판사는 "현장 검증은 반드시 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그러나 추후에도 일반인의 참여는 불허한 상태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