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41회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게 된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99학번박문희입니다. 벌써 합격한지 1달을 훌쩍 넘겨 완연한 가을을 지나 쌀쌀하기까지 한 계절입니다. 발표 전의 긴장감과 발표 후의 기쁨, 그리고 입사 준비 등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 갔습니다. 생각해보니 수험생활 때 어려움이 이제는 조금씩 잊혀지기도 하는군요.
저는 3년간의 수험생활을 했습니다. 2003년 7월 26일 여름 때 처음 중급회계 책을 구입해서 2006년 여름까지 공부를 했습니다. 3년. 요즈음 회계사 준비기간이 2~3년 정도되니 그렇게 빠른 것도 느린 것도 아닙니다. 물론 1년 만에 공부하여 합격하는 소위 “생동차”들을 보면서 약간 질투도 나지만.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3년간의 기간. 저 스스로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공부를 했습니다. 이 방법, 저 방법 다 써보고, 스터디하고, 학원도 다니고, 유명 강사님의 조언도 받고, 친구들과 선후배들에게 많은 조언도 들었습니다. 그러한 수많은 방법 속에서 보다 효과적이고 능률적인 공부하는 방법을 이 글을 읽고 계실 수험생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예비 회계사가 되실 분들이 제가 겪었던 실수를 거울삼아 보다 빠르게 합격하셨으면 하는 것이 조그마한 바램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당부하고 싶은 것은 남들이 말하는 “공부하는 방법”은 오직 참고만 하셨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사정과 생각과 성격이 다르므로, 저의 공부 방법이라고 해서 꼭 옳은 것은 아닙니다. 자신에 맞지 않는 공부 방법 혹은 비능률적인 공부 방법은 저처럼 수험생활만 길게 만들 뿐이라는 것을 꼭 명심하셨으면 합니다.
<수험생활>
군대를 다녀와서 1학기간 부질없이 학교를 다니던 03년 여름방학 때 불현 듯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회계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과가 상경계열이었던 만큼 주위에 동기 및 선후배들이 회계사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래가 불투명해서 답답하던 차에 회계사가 무엇인지도 모른지도 모르고 신림동에서 행시를 준비하시는 형을 찾아가 cpa로 유명한 서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중급회계 책 중 하나인 김영덕 선생님의 책을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하나경영아카데미 (현 우리경영아카데미)의 김영덕 선생님 강의를 신청하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를 회상하면 정말 철이 없었습니다. 제가 군대를 일찍 갔다 온 바람에 주위에 함께 하는 친구도 없었고, 아는 학원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cpa한다는 생각에 여름동안 그 책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개학 후엔 학교 수업과 수험 생활을 병행하였습니다. 학교 수업은 전부 회계 관련 과목인 중급회계, 원가회계, 상법, 경제학 등을 신청했으며 따라서 시간이 없던 관계로 테이프와 동영상 위주로 공부했습니다.
이러한 안일한 준비 후 04년 2월 1차 시험을 보았습니다. 고백하건데 정말로 그 때는 대박만 터져라 는 심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회계, 세법, 경제학 등은 1~2회독 했다고 하나 이는 테이프를 듣고, 동영상을 본 것이지 공부를 한 것이 아니지요. 결국 5개 차로 떨어졌습니다.
시험이후 결과에 실망한 후로 진짜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04년 1학기도 학교 수업과 수험 생활을 함께 했지만 그 때는 cpa가 되겠다는 생각에 잠자는 시간도 아낀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 시절에 중요했던 사실은 기본서의 중급회계나 원가회계의 회독 수 늘리기를 포기하고 2차 위주로 공부했다는 사실입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1학기에 재무회계 연습과 원가회계 연습 강의가 개설되는데 이 강의를 통해서 1차가 아닌 2차를 공부 했습니다. 그 당시 강사님은 재무는 김연재 선생님, 원가는 김용남 선생님이셨으며 교재는 각각 저술하신 2차 연습서 이었습니다. 세법도 역시 포기하고 세무회계를 테이프 강의를 통해 공부했습니다.
단언컨대, 이 때 저의 실력의 대부분 형성되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학점이 걸려 있기도 했지만 2차에 대해 공부하면서 그 동안 기본서를 통해 보았던 이론들을 쉽게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1차를 처음 공부하시는 분들은 2차 연습서가 어려울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시는 데 그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차 연습서는 객관식을 단지 주관식으로 바꾼 것뿐입니다. 한번 “회계란 이런 것이다” 알게 되시면 그 다음은 꾸준한 연습만 필요하게 된다는 것이 지금의 생각입니다.
아무튼 그 당시에 노력과 자신감 때문에 2학기는 휴학 후에 손쉽게 1차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회계, 세법의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상법 등의 과목에 충분한 시간을 투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 때는 시간을 재서 모의고사도 풀었습니다. 1차 분위기를 느낀다는 심정에서 1달 정도 연습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회계에서 34문제를 맞춘 바람에 쉽게 1차를 쉽게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05년 동차 시에는 이러한 자신감이 오히려 독이 되었습니다. 동차를 하겠다는 생각에 남들보다 빨리 연습서를 본다는 생각에 테이프를 주로 활용했습니다. 어느 날은 하루에 테이프를 10개 이상 들어서 귀가 아픈 날도 있었습니다. 복습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냥 듣고 책을 보고, 제대로 연습용 시험지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던 것은 재무관리였습니다. 실제로 강의를 보지 않고 테이프를 통해서 빨리 끝낸다는 생각에 대충 속독하였습니다.
결국 이러한 방법은 5월에 되어서야 실패한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저와 같은 기간을 공부했던 동차친구와 이야기를 하던 중 제 실력이 너무나 형편없음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 이후로 동영상 강의로 보충하려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커트라인에 평균 1점이 모자라서 낙방했습니다. 그 해 가장 쉽다고 했던 재무관리에서 40점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05년 2학기 때는 평균 1점의 충격 때문에 정말 혼란한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연대 중도에서 뜻이 맞는 분들과 스터디를 했습니다. 스터디를 하면서 서로의 실력을 확인하면서 진짜 제 실력이 떨어짐을 깨달았습니다. 그 분들과 함께 공부를 하면서 불안한 유예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진도를 지키고 문제를 푼 덕분에 어느 정도 스케줄을 지키며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06년 전반기는 웅지 GS 3차반을 들었습니다. GS반은 매주 모의고사를 풀고 강사님들이 채점 및 첨삭을 해주시는 반입니다. 8회동안의 수업시간 동안 과목당 8번의 모의고사를 풀었습니다. GS반의 특징 상 문제는 상당히 고난이도 이며, 문제수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어느 날은 2시간동안 2/3도 못 푼 적도 있을 정도입니다. 항상 점수는 과락이었고 저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분들을 보며 자괴감도 느꼈지만 그 때의 경험이 실제 시험에 좋은 영향을 주었다고 확신합니다.
결국 이러한 파란만장한 3년 수험기간 끝에 평균 68점이라는 비교적 고득점으로 회계사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과목별 수험전략>
□재무회계
일반적으로 재무회계 과목은 수험생들이 가장 시간을 많이 투여하는 과목입니다. 저 역시도 재무회계가 전략 과목이었고 수험시간의 절반이상 투여하였습니다. 제가 추천하는 공부 방법은 단 두 가지입니다.
첫째, 재무회계는 재무회계기준서가 근간이 됩니다. 단지 기본서는 이를 쉽게 풀어쓴 책일 뿐입니다. 시간이 촉박하지 않다거나 실력이 어느 정도 되시는 분은 기본서와 함께 기준서를 읽어 보세요. 재무회계 기준서를 읽어 보시고 나름대로 이해가 되신다면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계신 것입니다.
둘째, 회계원리, 중급, 고급, 2차 연습서의 단계를 꼭 밟을 필요는 없다는 점입니다. 중급 등 기본서를 확실히 본다는 생각에 수회독 하시는 것은 공부에 도움이 안 됩니다. 중급의 내용 역시 2차 연습서에 나옵니다. 강사 분들이 정리도 해주시고요. 중급을 1~2회독 하셨다면 연습서를 보세요. 그 후로 중급책은 이해 못한 부분의 참고 자료로 쓰십시오.
교재추천: 중급- 김영덕 중급회계, 김연재 중급회계
고급- 김연재 고급회계
연습- 강경보 toss, 김연재 topic, 웅지 재무회계연습
□세무회계
수험생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과목입니다. 어려운 이유는 첫째, 내용이 너무 방대하다는 점, 둘째 1차 세법과 2차 세무회계 특히 소득, 부가세인 경우 공부방법이 연결이 안 되는 점, 셋째 무엇보다도 긴 문제에 대한 연습이 부족한 점 때문입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하나입니다. 세무회계 책을 보신 후에 세무회계종합문제의 회독수를 늘리시라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책들이 푸는 시간을 적어 놓고 있고 강의도 하고 있으니 세무회계종합문제로 충분히 연습 하셨으면 합니다.
교재추천: 세법- 이철재 세법
세무회계- 강경태 세무회계
종합문제- 강경태 세무회계종합문제
□원가회계
작년과 올해에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편임에도 성적이 예상보다 잘 나오는 과목입니다. 물론 제 추측으로는 원가회계의 경우 재무나 세법과 달리 정해진 기준이 없기 때문에 내공이 높으신 분들이 보다 넓게 보실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히려 여러 사람들의 편견과 달리 원가회계가 가장 기본기에 충실한 과목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방법도 다른 이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문제를 많이 푸셔야 합니다. 2차 문제가 길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 말씀드리는 것은 1차와 2차는 결코 동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1차 때 종합원가, 결합원가, abc 등을 가르칠 때 강사 분들이 설명하는 이론 부분은 절대 소홀하게 넘기시면 안 됩니다. 이러한 이론들이 나중 2차 때 문제를 푸는 표본이 됩니다.
교재추천
기본서- 오경수? 강경태 원가 관리 회계
연습서- 김용남 원가 회계 연습
□재무관리
제 스스로 가장 두려움에 떠는 과목입니다. 동차 실패의 원흉이기도 하고요. 어느 강사분 말씀대로 “머리가 샤프하지 못해서” 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두려움 때문에 2차 유예 때 가장 시간을 많이 두고 공부한 과목입니다. 제가 어려워했던 경험을 거울삼아 몇 가지 말씀 드립니다.
첫째, 테이프는 삼가셨으면 합니다. 이 과목은 직접 실강을 듣는 게 가장 좋은 공부 방법입니다. 테이프로 서브노트와 공부하는 것은 그 강의를 제대로 공부하는 게 아닙니다. 그림을 그리거나, 식을 쓰는 순서 역시도 봐주셔야 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테이프는 별로 도움 되지 않으며, 집중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동영상보다 강사님들이 강조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실강을 추천합니다.
둘째, 기본서는 한권만 선택하세요. 시중에는 교수님들 기본서, 강사님들의 기본서가 혼재되어 출판됩니다. 보통 재무관리를 공부하시는 분들은 여러 권의 기본서를 갖고 계십니다. 그러나 재무관리 책은 쓰는 사람의 논리에 따라 답이 달라집니다. 여러 권을 읽으면 오히려 혼란만 가져옵니다. 오히려 공부가 모자를 때는 재무관리연습을 보시는 게 정석입니다.
교재추천
기본서- 김민환 재무관리
연습서- 김종길 vol2, 김용석 2차연습
□회계감사
상대적으로 감사부분은 한분의 회계사님이 대세를 이루기 때문에 시장 risk가 작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목은 결국 공부 방법이 점수를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추천하는 공부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소위 앞자만 따서 외우는 방법도 생각보다 유용하는 점입니다.
저도 책의 회독수를 늘리는 법, 감사기준을 읽는 법 등도 해봤지만, 그래도 솔직히 “앞자따기” 전략이 간단하고 외우기 쉬운 것 같습니다. 물론 앞자만 외우서 써보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연습문제를 많이 푸시면 문제와 앞자, 내용이 일치되고 해결되게 됩니다.
둘째, 모의고사를 많이 푸셔야 합니다. 감사는 결국 필력이 좌우하는 것 같습니다. 문제를 많이 푸시는 것이야 말로 감사 실력을 높이는 지름길입니다.
교재추천
권오상 회계감사
<마치며…>
이 글을 쓰다보니 저의 3년간의 수험생활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험생일 때 그 시간이 너무 힘들었고, 지겨웠고, 도망가고 싶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추억이 되가는 것 같습니다. 공부를 할 때는 언제나 이 생활이 끝나나 했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 너무 아쉽고 허전하기도 합니다. 별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제가 이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기 까지 너무나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이 지면을 빌어 그 분들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싶네요.
사랑하는 나의 부모님과 제 여동생, 힘들 때 저의 고민을 들어준 연세venture의 친구들 승호, 태호, 재현, 경선, 주영, 가람. 학교친구 대훈, 병덕. 세환. 스터디를 함께한 동료인 윤호형, 영훈, 미경, 예린, 윤석. 그리고 나의 죽마고우 동주와 범철, 대영, 승원이…. 그리고 HSP의 권정형, 지현누나, 경환형, 찬희형, 형진, 윤진 항상 저를 지켜주시던 분들에게 너무 감사드립니다.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 박문희(연세대학교 상경계열 99학번 삼일회계법인 입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