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엑스포 유치 PT, 비전문가 결정 100%...정무적 판단 개입"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지낸 탁 전 비서관은 30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무능이라는 게 상당히 총체적인 진단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런 상황까지 올 때 동안 국가의 이 프로젝트 컨트롤타워가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탁 전 비서관은 "국가 행사나 국제적인 행사는 그 나라의 국가적 차원에서 상당히 좋은 기회다. 이런 국제 이벤트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여러 정치적 이해에 따라 움직이던 집단들이 하나로 모일 수 있다. 잘만 활용하면 국내적으로도 아주 훌륭한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인력풀이 넓지 않은데 이번 엑스포 유치 과정을 보면 지역적으로는 부산에, 정치적으로는 여당 혹은 보수 편향 인사들로 전체적인 판이 짜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무자뿐 아니라 전문가 초빙 과정도 그렇고, 가뜩이나 사람이 부족하고, 인재나 능력자들이 부족한데 그것을 다시 지엽적이고 정치적인 이유로 분할해서 사용했다는 게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라고 했다.
특히나 결정적인 원인은 프레젠테이션(PT) 등 주요한 판단을 비전문가들이 한 점이라고 분석했다.
탁 전 비서관은 "전문가를 불러서 다양한 의견을 구하고 혹은 행사를 기획하지만, 이번에 PT 같은 것도 맡기지만 결정적인 판단은 비전문가들이 앉아서 한다"며 "기본적으로는 이 프로젝트의 최고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인에 대한 얘기라기보다는 분위기를 이야기하는 것인데, 광고를 전문가에게 맡기고, 그 광고의 내용에 대한 판단을 비전문가들이 앉아서 한다는 것"이라며 "결국 전문성은 사라지고 비전문가들의 취향만 남게 되는 것이다. 그게 이번 5차 PT의 결과"이라고 했다.
'강남스타일'을 배경 음악으로 사용한 최종 PT 영상에 대해 "내용적으로는 사실은 구색을 갖추긴 했다"며 "시선을 잡아끄는 셀럽들을 갖다가 배치하기도 했고, 반복적인 메시지를 통해서 투표 직전에 사람들의 마인드를 세팅하려고 했고, 사실 문법적으로는 틀린 게 아닌데 전반적으로 보자면 일반 국민들의 평가가 가장 정확하다. '촌스럽다', '오래된 것 같다'는 것"이라고 평했다.
다만 "PT나 사전 행사들이 감성적으로,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지 그것으로 성패가 결정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결국 최종 단계에서 비전문가가 결정을 내린 결과물, 100%"라며 "애초에 초안이 그렇게 짜여졌을 리가 없고 만약 초안이 그렇게 짜여졌다면 그 일을 맡은 회사나 그 사람을 전문가라 할 수 없다. 이것은 정무적 판단과 의도가 개입된 그 결과물이라고 본다"고 단언했다.
119대 29라는 압도적 표차에 객관적 판세분석이 안 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물려 있는 문제"라며 "이 사태가 여기까지 온 중요한 배경 중 하나는 이 성과가 국민적 성과라든지 혹은 여야를 뛰어넘는 국가적 성과로 가져갔었어야 되는데 중간중간 계속해서 대통령의 성과로 만들려는 노력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이를테면 윤석열 대통령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4차 PT에 갑작스럽게 방문해, 현직 대통령으로서 PT하는 게 마치 많은 국가를 설득할 수 있는 것처럼 포장하면서 했다"며 또한 "김건희 여사가 자신이 관련한 디자인 혹은 키링 등을 만들거나, 속칭 광을 계속 팔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를 종합해 봤을 때, 전체 국민의 성과나 혹은 국가적 성과로 가져가야 할 것들을 정치적 이해에 따라 본인들의 성과로 가져가고 싶어 하는 노력을 계속해 왔던 것"이라며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대통령을 비롯한 용산은 이것이 될 거라고 확신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엑스포 유치 실패 원인에 '오일머니 금권 투표' 등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지고 나서 구질구질하게 보이려면 저렇게 얘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건 성패가 분명하다. 졌으면 진 거고, 왜 졌는지를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며 "이 모든 조건들 하에서 유치전에 뛰어든 것이기 때문에, 그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걸 판단하고 해온 일들을 결국은 상황 때문에 못했다고 얘기하는 건 몹시 구질구질하게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서 유치위원회 자문을 한 김이태 부산대 교수는 "사우디는 왕권 강화를 위해 국민 충성·지지를 확보하는 일종으로 엑스포 등 대형 이벤트를 추진했다"며 "천문학적인 개발 차관과 기금을 주는 역할을 해서 금전적인 투표가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 요동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경제난이 심화한 저개발 국가들이 사우디에 몰표를 줬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탁 전 비서관은 재도전을 위한 조언으로, 2025 오사카엑스포 유치단과 나눈 대화를 인용하며 "제가 인상 깊었던 것은 부산이 준비됐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그는 "우리는 'BUSAN is READY'가 대표적인 슬로건이었다. 다른 나라들은 그렇지 않았다"며 "사우디 같은 경우도 '새로운 미래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든지 혹은 이전에 유치했던 오사카 같은 경우도 '우리와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해보자' 이런 식으로, 어떤 특정한 지역의 특성을 알려서 여기서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