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7연속 동결…'금융 안정'에 중점둬

전문가 "금융불안 진정시키기 위한 결정…금리인상 시 자영업자 부담 가중"

"韓 경기침체 국면…경기 지원 위해 금리 동결"

"기준금리 3.50%, 물가안정 위해 충분한 수준이라고 판단한 듯"

"내년에도 추가적인 금리 인상 없다는 신호로 해석될 가능성 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0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소 줄어들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완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축소된 상황에서 국내 금융안정과 경기회복 지원에 무게를 둔 결정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2, 4, 5, 7, 8, 10월 기준금리 동결에 이어 일곱 번 연속 동결 결정이다.

대외적으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전쟁 휴전으로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이 줄어들면서 11월 중 국제유가 및 원·달러 환율이 크게 하락했다. 또한 미국의 통화정책 완화 가능성이 확산되면서 연 5%대에 진입하며 16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330%까지 하락하는 등 안정을 찾으며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축소됐다.

대내적으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재차 확산되고 가계대출 증가세는 여전히 꺾이지 않는 상황이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를 나타내며 석 달 연속으로 3%대를 지속하고 있어 물가 불안 우려 또한 확대되고 있다.

금통위의 동결 결정은 무엇보다 '금융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지속되고 있고 연체율 역시 높아지면서 금융안정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기구들도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를 경고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금리인상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금리동결'을 통한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가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올해 3분기 가계신용은 전분기말 대비 14조3000억원 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대출도 1759조1000억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11조7000억원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 역시 전분기말 대비 17조3000억원 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더욱이 9월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은 0.39%로 전년동월말(0.21%) 대비 0.18%포인트(p)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0.35%)은 전년동월말(0.19%) 대비 0.16%p 올랐으며 기업대출 연체율(0.42%)도 전년동월말(0.23%) 대비 0.19%p 상승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한양대 겸임교수)은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은 규모가 아니라 상환능력이다. 문제가 규모라고 한다면 금리를 올려서라도 잡아야겠지만 금리인상 시 특히 자영업자들의 이자 상환 부담은 가중될 수 있다"며 "그런 관점에서 금리를 추가적으로 인상하기에는 부담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금통위의 결정은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의 중장기적인 견조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최근 반도체, IT경기가 회복되면서 수출 부진이 완화되고는 있지만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1.4%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고금리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기에 대한 부정적 영향으로 한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 2.2%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국내 금융기관들의 예상도 나오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2.0%~2.1%로 낮춰 잡았다.

김 실장은 "해외 금융기관들도 내년 한국경제의 상황이 급격하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면서 "한국은 경기침체 국면에 놓여 있기 때문에 추가 금리인상은 부담되는 측면이 있다. 금통위원들은 경기를 고려해 금리동결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금통위의 이번 결정은 최근 국내 물가가 반등하면서 국내 물가의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이어가기로 판단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한국의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를 기록하며 8월 3.4%, 9월 3.7%에 이어 석 달 연속 3%대 상승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90달러를 웃도는 수준이 이어지면서 전년동월대비 하락폭이 크게 축소됐고 농산물가격도 과실을 중심으로 오름폭이 확대된 영향이다.

한은은 지난 2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근원물가 상승률은 앞으로도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높아진 농산물가격이 점차 안정될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할 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유가가 추가로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실장은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반등하긴 했지만 선행지표인 수입물가 상승률 등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어 향후 물가상승률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금통위원들은 3.50% 수준의 기준금리가 물가안정화를 유도하는데 충분한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금리동결은 2024년에도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없다는 신호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세계적으로도 긴축보다는 완화로 전환되는 흐름"이라며 "금리인상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금리동결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