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편법 상속 수단으로 의심받아온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 때문에 사법처리 방향에 재계 등의 관심이 쏠렸던 서울통신기술의 CB 헐값 발행 사건은 형사 처벌을 모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통신기술 관련 고발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는 7일 관련자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비상장 주식회사가 발행한 CB의 가격 산정 문제 때문에 기소가 어려울 것 같다는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현 경제개혁연대)는 작년 10월 "서울통신기술이 1996년 11월 CB 40만 주를 발행하면서 이 중 50.7%인 30만 4천 주를 주당 5천원에 이재용씨에게 넘겨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이 회사 임원 8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참여연대는 "서울통신기술이 1996년 12월 기존 주식 20만 주를 삼성전자에 팔 때 주당 1만9천원에 거래했으므로 이 가격에 비춰 회사는 주당 1만4천원(1만9천원-5천원)씩 40만주에 대해 모두 56억원의 손실을 입은 셈이다"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참여연대가 손실액으로 상정한 56억원은 삼성전자와 서울통신기술 사이 거래가인 1만9천원을 기준으로 삼은 것인데 이는 불특정 다수의 거래가인 `시장가'로 볼 수 없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서울통신기술 CB 전환가가 1만9천원보다 1천500원이 싼 1만7천원 이하로만 상정돼도 이미 손해액이 50억원 미만이어서 공소시효 자체가 만료된다"고 설명했다.
손해액 50억원 이상에 적용되는 특경가법상 배임은 공소시효가 10년이지만, 손해액이 50억원을 넘지 않으면 공소시효가 7년인 업무상 배임에 해당해 이미 2003년 11~12월 공소시효가 완성된 셈이다.
경제개혁연대 최한수 팀장은 "CB의 적정 전환가를 밝혀내 부당한 부의 상속 실태를 밝혀달라는 게 고발 취지였다. 이를 입증하는 게 검찰 책임인데 검찰이 해내지 못한다면 편법적인 부의 상속은 아무도 막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서울통신기술은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최대 주주로 올라있으며 래미안 등 삼성이 짓는 아파트의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도맡아 시공하면서 성장을 거듭해 작년 한 해 3조2천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누적 자본이 1천100억원대에 달하고 있다.
1996년 11월 CB를 헐값에 발행하고 이를 이재용 상무에게 몰아줬다는 점에서 `에버랜드 사건'의 닮은 꼴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서울통신기술 관련 고발 사건과 별도로 진행 중인 에버랜드 CB 헐값 배정 및 삼성 SDS BW 헐값 발행, 삼성 계열사의 e-삼성 부당 지원 등에 대한 수사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