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지난 1일에 이어 9일에도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하는 등 이달들어 두번째로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여는가 하면 지난 6일 한명숙 총리가 대독한 시정연설에서도 "모든 역량을 집중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언급, 부동산 시장 안정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천명했다.
9일 회의에는 앞서 정부가 발표한 ▲분양가의 획기적 인하 방안 ▲전.월세 안정을 위한 다가구, 다세대, 오피스텔 규제 완화 ▲주택금융 부문에서의 수요 관리 등 3가지의 큰 틀에서 세부 추진대책을 논의하고 이에 따른 시장반응, 문제점 등을 깊이있게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장안정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의지가 강력한 만큼 각 부처가 마련한 세부대책이 미흡하거나 최근 시장의 불안장세를 다잡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강력한 추가 대책이 검토될 가능성도 있다.
이날 회의는 비공개여서 결과는 내주중 고위당정 회의를 거쳐 발표될 예정이다.
◇ 분양가 인하 = 정부는 구체적인 숫자는 제시하지 않고 있지만 분양가 인하 노력을 통해 신도시 등 공공택지 내 아파트 분양가를 시세의 80% 정도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중인다.
방법은 일단 3가지인데 우선 용적률과 건폐율 등 개발밀도를 높여 건축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대표적인 신도시인 개발밀도는 1기인 분당만해도 ㏊당 197명이었지만 판교는 환경부 등의 반대로 절반수준인 95명까지 낮춰져 '금싸라기 땅을 낭비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개발밀도는 택지지구의 입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당 150명 안팎까지, 용적률은 분당신도시 수준인 180-230% 정도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공공택지지구 밖의 광역교통시설 설치비용의 국가 부담비율을 높이는 방안도 있다.
판교의 경우 광역교통시설 설치비용은 총 4조3천824억원인데 이중 1조6천694억원 정도가 분양가에 전가돼 가구당 평균 6천만원 가량의 간선시설 비용을 부담했다. 정부 재정부담을 늘려 입주민의 부담을 10%로 낮춘다면 가구당 3천만원의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건교부는 입주민이나 사업시행자가 개발부담금 등 각종 부담금을 부담하고 있는 만큼 국가 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예산처 등은 특정지역의 개발사업에 국민세금을 쏟아붓는데 반대한다는 입장이어서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이외에 현재 공공택지의 공급체계를 점검해 현재 조성원가의 110%로 된 중소형 아파트 용지공급 방법의 개선, 현재 건설중인 파주, 김포, 송파, 수원 이의 등 신도시와 성남도촌, 의왕 등 공공택지의 신속한 공급, 주택건설 물량 사전 예고제 도입 등도 논의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그러나 민간 분양가 인하방안은 좀더 면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일단 논의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 수요관리 = 정부는 현재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주택 매수세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금리인상과 대출규제가 가장 확실한 대책으로 보고 있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지난 7일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한 방법으로 주택담보대출 총량규제도 검토중"이라고 강조, 대출 규제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정부가 실제 주택담보대출 규제의 카드를 빼 들지는 미지수다. 이미 집값이 오를대로 오른 상태에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할 경우 뒤늦게 매수세에 가담했거나 무리하게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산 서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차관이 "지금까지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상당히 강한 수준으로 해놨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1차적으로는 제2금융권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이를 잘 지키고 있는지 실태파악을 해야한다"며 "추가 규제는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공교롭게도 9일 청와대회의 시점에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열린다. 일각에서는 금리인상과 대출규제가 주택 수요를 결정하는 큰 변수인만큼 어느 한쪽이 먼저 결정된다면 다른 카드는 폐기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외에 정부는 이미 종부세, 다주택 양도세 중과 등 투기억제 시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하면서 금융기관의 지도.감독을 강화하고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 장기저리 융자, 근로자.서민주택구입자금 대출 확대를 병행해 추진키로 했다.
◇ 다가구.다세대.오피스텔 시장 공급 확대 = 정부는 또 다세대.다가구 등 서민형 주택의 공급도 충분히 늘려 불안한 전.월세 시장의 안정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다가구, 다세대 주택은 집값이 오르면서 2002년까지 건축물량이 대폭 늘었지만 이후 주차장 의무비율조항, 난개발 등 문제로 각종 건축규제가 이뤄져 공급이 크게 위축되고 있으며 주거형 오피스텔도 난방시설 규제, 건축기준 강화로 인기가 시들하다.
정부는 "다만 대폭적인 규제 완화는 기존 시가지의 슬럼화, 재난시 위험 노출 등 또다른 사회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고 주거형 오피스텔은 불법증여, 탈세의 온상이 돼온 만큼 규제의 폭을 얼마나 할지는 신중히 검토해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