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로 쓰러진 아내 보고도 테니스 치러 간 남편..."엮이기 싫었다"

"과거 가정폭력으로 신고된 적 있어 그냥 뒀다"

당초 유기혐의에서 유기치상죄로 변경해 기소

인천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장일희)는 유기치상 혐의로 A(63)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9일 오후 6시 12분쯤 인천 강화군 집 화장실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50대 아내 B씨를 보고도 방치한 채 현장을 떠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테니스를 치러 가기 위해 옷을 갈아 입으러 잠시 집에 들렀다가 쓰러진 아내를 보고는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의붓딸에게 보낸 뒤 곧바로 외출했다.

당시 외상성 경막하 출혈(뇌출혈)로 화장실에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었던 B씨는 딸의 신고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뇌사 상태에 빠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예전에도 가정폭력으로 신고된 적이 있다"며 "아내하고 그런 일로 더 엮이기 싫어서 그냥 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A씨는 과거에 가정폭력 사건으로 경찰에 3차례 형사 입건됐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경찰은 A씨에게 유기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그러나 검찰은 의료 감정 등 보완수사를 거쳐 죄명을 유기치상죄로 변경해 기소했다. 뇌출혈 치료 시기를 놓쳐 B씨가 의식 불명 상태가 된 것에 대해 영향을 미친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라는 검찰 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