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드론 이용해 가자 지하터널 지도 작성
새로운 형태의 무기기술 사용 감독 필요
◆…이스라엘 군인이 가자지구에서 작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처음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무기체계를 투입했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 무기체계 위험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10일(현지시간) AFP 통신은 이스라엘의 국방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드론을 격퇴하고 가자지구 내 터널망 지도를 작성하는 데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다수의 드론을 동원해 폭발물 공격을 가하자 이스라엘 스타트업 '스마트 슈터'가 개발한 AI 광학 조준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소총, 기관총 등에 부착해 사용하는 이 기기는 육안으로 보기 어려운 드론의 움직임을 자동으로 포착, 사격하도록 도와준다.
국방부 고위 관리는 "우리 병사들이 드론을 요격하는 것을 도와준다"면서 "일반 병사는 물론 심지어 눈이 잘 안 보이는 병사까지 저격수로 만들어준다"고 극찬했다. 이어 "그물이 설치된 드론으로 하마스 드론을 잡아내 무력화하는 일명 '앵그리 버드' 방법도 있다"며 "드론 대 드론의 대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전쟁에 투입한 AI 조준기. 사진='스마트 슈터' 홈페이지 캡처
또한 지하터널 곳곳에 숨어 있는 하마스 병력이나 부비트랩 때문에 지도 제작에 애를 먹자 스타트업 '로보티칸'이 개발한 드론을 활용해 터널 지도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자지구 내 지하터널은 총 500㎞의 길이에 1300개에 달할 정도로 방대해 이스라엘군은 '가자 메트로'라고 부르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도입한 해당 드론은 AI기술로 사람을 감지하는 방법을 학습했으며 그동안 이미지 전송이 불가능해 지하에서 작동할 수 없었던 단점도 보완해 통신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멀리까지 터널 안으로 들어가 지형을 파악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이번 전쟁으로 이스라엘은 첨단 방위기술 산업에서 세계 최고의 위상을 한층 공고히 했다고 AFP는 평가했다. 이스라엘의 정보기술(IT) 기업 인큐베이터인 '스타트업 네이션 센트럴'의 아비 하순 대표는 이번 전쟁을 계기로 전장과 병원 등지에서 이전에 쓰이지 않은 기술이 쓰이고 있다면서 "가자지구 전쟁이 위협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기술을 실전에서 테스트할 기회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인공지능의 군사적 이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한 무기 전문가는 AFP에 "민간인 사망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형태의 무기기술 사용에 대해 더 많은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유엔 총회는 치명적 자율무기 시스템이 국제사회에 불러올 수 있는 도전과 우려에 시급히 대응해야 한다는 내용의 유엔 결의안을 152개국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