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빅텐트, 이낙연·이준석 예견된 결별…"특정인 낙인" "할말이야 많지만"

개혁신당의 깃발 아래 뭉쳤던 이준석 공동대표와 이낙연 공동대표가 결별하며 '개혁신당'은 통합 선언한지 11일 만에 좌초됐다. 총선을 50여일 앞두고 제3지대 '빅텐트'가 해체되며 총선 전망이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20일 새로운미래의 공동대표였던 김종민 최고위원과 함께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통합 합의 이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됐다. 다시 새로운 미래로 돌아가겠다. 당을 재정비하고 선거 체제를 신속히 갖추겠다"고 결별을 선언했다.

이어 "통합 주체들의 합의는 부서졌다. 2월 9일의 합의를 허물고 공동대표 한 사람에게 선거의 전권을 주는 안건이 최고위원회의 표결로 강행 처리됐다. 그것은 최고위원회의 표결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대표를 겨냥한 듯 "그들은 특정인을 낙인 찍고 미리부터 배제하려 했다. 낙인과 혐오와 배제의 정치가 답습됐다"며 "그들은 통합을 깨거나 저를 지우기로 일찍부터 기획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전날 개혁신당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대표가 4·10 총선 선거운동을 지휘하는 안을 의결했다. 또 이 대표와 마찰을 빚은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 입당 논란을 겨냥한 듯, 당원자격심사를 설치하는 안건도 의결했다.

총선 선거운동과 정책 결정 권한을 이 대표에 위임하는 안건을 주도적으로 의결하자 새로운미래 출신인 이낙연 공동대표와 김종민 최고위원이 해당 안건에 반대하며 회의장을 나갔고 갈등은 표면화됐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상 김종인을 끌고 오기 위해 이낙연을 지워버리려는 의도로 오늘 최고위에서 말도 안 되는 비민주적 안건을 강행했다"며 "(이준석 대표가) 전체적으로 통합 파기를 기획하고 집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정당의 선거 관련된 모든 일체를 전권 이임한다는 것이 정상적인가"라며 "이것을 계속 주장한다는 건 통합을 유지할 생각이 없었다고 본다"고 맹비판했다.

선거 지휘권 외에도 지도부 지역구 출마, 공관위원장과 당직 인선, 정책 공약 발표 등의 문제를 두고 의견이 부딪히며 갈등의 불씨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개혁신당 인사들은 이낙연 공동대표가 호남에 출마해 호남 표심을 견인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이낙연 공동대표는 출마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이준석 공동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 "새로운미래가 '원칙적으로 지역구 출마한다'는 답변이 왔다"며 "'원칙적으로'가 붙을 이유가 없다. 그것은 그냥 부정이라고 봤다"고 지적했다.

김종민 최고위원이 전날 이준석 대표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데려오기 위해 통합을 파기하려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이 대표는 "이낙연 대표가 김종인 위원장을 모시도록 연락을 제가 해달라는 취지로 말씀하셨다"고 반박했다.

이어 "논의 과정을 거쳐가지고 당연히 김종인 위원장이라는 이름에 이견을 (제시)할 사람이 없었다"며 "그래서 이준석 대표가 연락을 해보는 방식으로 해주십시오 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이걸 이렇게 틀어가지고 김종인 위원장을 공관위원장 모시고 그 다음에 기획해서 파기한다는 건 저는 굉장히 모욕적이지만 그래도 한 이틀 동안 듣고만 있었다"고 했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이날 이낙연 대표와 함께 한 기자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공관위원장 영입 관련 "이준석 대표가 김종인 공관위원장은 그쪽에서 제안한 거다 이런 얘기를 했는데,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김종인 공관위원장을 이낙연 대표가 동의했다. 한번 만나서 부탁을 드려보자, 그런데 이 문제는 그전부터 이미 얘기가 됐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이준석 대표가 공관위원장을 함익병씨를 제안하더라. 함익병씨는 다른 분들이 다 반대를 하고 끝났는데, 저는 '이 대표가 상당히 생각은 좀 톡톡 튀는구나. 어떻게 그런 사람을 공관위원장으로 하자고 했을까' 적절하지는 않지만 뭔가 새로운 면은 있다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까 그게 김종인 위원장이 제안을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또 "김종인 위원장이 다른 자리에서 이낙연 대표가 없어야 자기가 할 수 있다 이런 얘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지난 주말에 모든 여러 가지 공방의 근본은 이낙연 대표를 어떻게든지 밀어내는 게 핵심이다. 지역구 출마하자 그래서 빨리 광주 가라는 얘기"라며 "선거운동은 이준석 전권, 공천권은 김종인 전권, 그리고 이낙연은 그냥 지역구 출마로 해서 이낙연을 지워버리는 것이 기본적인 목적이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거의 효율성을 위해서 그렇게 했다고 치더라도 이건 기본적으로 국민들에 대한 약속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이날 국회방송 '국회라이브1'에서 이준석 대표 측에서 선거 운동 및 정책 결정 권한을 이 대표에 위임하는 안건을 주도적으로 의결한 것과 관련 "이낙연 김종민 두 분이 반대를 했고 그런데도 표결에 붙여 나머지 사람들이 다 찬성하는 가운데 그냥 통과를 시켰다. 사실 이미 예견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최 교수는 "지지층도 다르고, 정책적 부분에 있어서 상당히 괴리감이 크다. 이런 부분들이 다른데 정치적 계산 때문에 합쳐 그 부분이 결국 문제가 됐다"며 "본인들의 이해관계만 생각하고 합친 게 아닌가 하는 논란이 될 수밖에 없고, 그런 상태에서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 문제로 결국 터졌다"고 봤다.

이어 "이준석 대표가 선거 관련 여러 가지 지휘권을 본인이 다 발휘하겠다 얘기하다 보니까 충돌이 될 수밖에 없다"며 "서로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 사람들이 정치적 이유 때문에 합친 것이 결국 이런 참담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낙연 대표의 합당 철회 선언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월 9일 제정당의 통합을 선언한 지 열흘 만에 이낙연 대표께서 이끄시는 새로운미래가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참담한 마음으로 국민들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서서 누군가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라며 "할 말이야 많지만 애초에 각자 주장과 해석이 엇갈리는 모습이 국민들이 보시기에는 눈살 찌푸려지는 일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일을 하겠다. 개혁신당은 양질의 정책과 분명한 메시지로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

개혁신당은 새로운미래를 제외한 기존 4개 세력의 통합은 유지하며 총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미 새로운미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기존에 사용한 당명인 '새로운미래'로 당을 등록했다. 새로운미래가 '현역 평가 하위 20%'를 통보받은 민주당의 의원들과 접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