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의 표현의 자유, 신체의 자유,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해"
“정부와 일부 정치인, 제가 겪은 피해에 책임 있는 설명은 없고 사건 축소하려 해"
대통령실 “경호 안전 확보와 질서 유지…법과 규정, 원칙 따라서 이뤄진 정당한 조치"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할 때 R&D 예산과 관련해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을 향해 항의를 하던 중 제지를 당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위 수여식에서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항의하다 경호처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간 카이스트 졸업생 신민기 씨가 윤석열 대통령과 경호처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신민기 씨와 카이스트 동문 등은 23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진정인은 피해자의 표현의 자유, 신체의 자유,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다"며 진정 제출 취지 이유를 밝혔다.
신 씨는 이날 "저는 인권침해 피해자다. 제가 플래카드를 만들어 갔다는 이유로 정당의 직함(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정부와 일부 정치인들이 제가 겪은 피해에 대해 책임 있는 설명은 하지 않고 사건을 축소하고 무마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제가 '고의적으로 행사를 망치기 위해 교통사고를 유발한 것'이라고 발언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경호원의 기본적인 규칙에 따른 일' '대통령에게 말을 전할 기회가 있었다'고 했다"며 "도대체 언제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대한 연구자의 목소리를 들었냐"고 따져 물었다.
또 "대통령실은 경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 이후 어떤 설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그 조치라는 게 졸업식 복장을 한 경호원들을 대기시킨 뒤 평화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졸업식 참가자를 끌어내고 저항하지도 않는 저를 가둬 저의 졸업식을 제가 볼 수 없게 하는 것이냐"고 했다.
그는 "제가 겪은 일이 다시는 누구도 겪어선 안 될 심각한 인권침해를 증명하기 위한 자리"라며 "저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충격을 받고 아직도 사과받지 못한 카이스트 구성원 모두가 이사건의 피해자라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안전이 지켜지고 인권이 보장받는 캠퍼스를 만들기 위해서 동문의 한 사람으로서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권력이 학교를 토론의 장이 아닌 혼란의 장으로 빠뜨리고 멋대로 학우들의 미래를 정하지 않도록 경호처의 개입이 잘못됐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진정에는 대표 진정인인 신 씨를 비롯해 카이스트 동문, 학생, 교직원 등 카이스트 구성원 1136명이 공동진정인으로 참여했다.
앞서 카이스트 동문 26명은 지난 20일 대통령 경호처장과 직원 등을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폭행·감금죄 등으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지난 16일 "법과 규정, 경호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어 오늘(2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경호 안전 확보와 질서 유지를 위해 법과 규정, 원칙에 따라서 이뤄진 정당한 조치였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