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는 지금 원산지 전쟁중이다. 새로운 국제무역질서 창출을 위한 DDA가 중단된 이후 세계 각국의 관심은 FTA(자유무역협정)로 전환중에 있다. 각 국가 및 경제공동체별로 자유로운 무역활동을 보장해 주는 FTA는 상대국가의 상품에 대하여만 차별적으로 관세 등을 부과하지 않는 특혜를 부여한다. 따라서 교역물품의 제조국 즉 원산지(Origin)는 곧 바로 상품경쟁력으로 이어진다. 관세 등이 부과되어 원가가 높은 물품은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관세특혜 상품과의 전쟁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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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샘터라는 잡지에 연재되던 최인호라는 소설가의 「가족」이라는 글에서 당시 애인을 지칭하는 말로 Original이라는 은어가 사용되고 있다고 쓴 것을 본 기억이 있다. 요즈음의 무역환경을 내다본 정말 적절했던 은어가 아닌가 싶다. 원산지(origin)가 확실한 진짜(original)만이 특혜관세 대상인 애인으로서의 지위와 대접을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WTO 개도국양허관세(TNDC), 아시아태평양무역협정(APTA), UN 개도국양허관세(GSTP) 등 다국간의 협정 등에 의해 특혜관세를 부여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국제 무역환경의 변화에 따라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한·싱가포르FTA, 한·EFTA 등 양국간 협정에 따라 특혜관세를 부여함에 따라 특혜관세 부여 형태가 다양화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종 협정마다 특혜관세 적용 원산지기준을 다르게 정하고 있어 물품을 교역하는 기업에게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는 각 협정마다 자국에 유리한 무역고지를 점령하고자 하는 불꽃 튀는 협상결과라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현상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협정상대국에 물품을 수출 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당해 수출물품이 상대국에서 특혜관세를 적용받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애인(Original)을 대하듯이 정성과 관심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협정의 특혜관세적용 원산지 판정기준을 미리 미리 면밀하게 파악하여야 한다.
특혜관세 적용을 위한 원산지 판정기준에는 크게 완전생산기준, HS변경기준, 부가가치기준, 그리고 가공공정기준 등이 있다.
완전생산기준이란 수출국에서 생산된 광산물과 식물성 생산품 등과 같이 추가적인 가공없이 수출된 물품을 말한다. 이러한 물품 외에 2개국 이상에 걸쳐 생산 활동이 이루어진 물품에 대하여는 어느 나라에서 부가가치가 더 많이 창출되었는지, 당해물품의 중요한 가공공정을 어느 나라에서 수행하였는지, 또는 상품의 품목분류번호(HS코드)가 변경되었는지 등에 따라 원산지가 결정된다.
각 협정마다 수출국물품으로 인정하는 부가가치 기준, 주요공정, 그리고 품목분류 (HS)변경기준 등에 대하여 따로 정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사전정보 획득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에 중국의 가입으로 교역량이 급증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무역협정(APTA)에서는 원산지국의 부가가치 기준은 45%이상, 또는 협정국 역내에서의 누적 부가가치가 60%이상이면 특혜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반면 UN 개도국간 양허관세협정(GSTP)에서는 원산지국 부가가치 기준을 50%로 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양 협정간 원산지를 판정하는 부가가치 기준에 5%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각 협정 및 FTA협정상의 원산지 판정기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전국의 세관이나 관세청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니 사전에 꼭 확인하기를 당부드린다.
특혜원산지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이에 대한 철저한 사전 준비는 우리나라 상품의 상대국에서의 정당한 대접과 관세 특혜를 통한 경쟁력 확보의 직접적인 나침판인 것이다.
우리는 애인(Original-Origin)을 소중하게 대하고, 정성과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그 애인이 떠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해외로 수출되는 대한민국의 오리지널 상품에 대하여도 수출되는 각 국의 협정 상황에 맞게 경쟁력을 갖도록 정성과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상품이 치열한 무역전쟁에서 승리하고 오래 오래 수출되는 상품이 되어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도록 잘 대접하여야 할 것이다.
김기영 관세청 통관지원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