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규 "경찰조사 전에 '구속영장 지시 떨어졌다면, 직권 남용"
"국민 기본권, 권력으로 짓밟은 것…수사관, 꼭두각시 만드는 것"
조지호 서울경찰청장 "그런 지시 한 적도, 받은 적도 없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9일 오전 전공의 집단 사직 공모 의혹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출석하기 전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용산에서 내 구속영장을 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노 전 회장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경찰의 조사가 끝난 후, 그 결과를 받아본 담당 검사가 판단할 문제"라며 "그런데 경찰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행정부의 수반의 자리에 있는 최고권력자가 구속영장 청구를 지시한다면? 이것은 매우 심각한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지난 9일 노 전 회장은 경찰에 출석해 11시간 넘게 경찰 조사를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노 전 회장을 비롯해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등 5명을 의료법 위반, 형법상 업무방해, 교사·방조 등 혐의로 고발했다.
정부는 이들이 전공의의 집단 사직을 지지하고 법률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집단행동을 교사하고 방조한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전공의들이 소속된 수련병원의 업무도 방해받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조사를 맡은 담당 최수사관 외에 또다른 수사관은 11시간이 넘는 조사시간 동안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자신이 받고 있는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최수사관에게 보여주는 역할만 하고 있었다(이것도 이례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134쪽이나 되는 진술조서의 내용을 확인하느라 나와 변호인은 약 1시간에 걸쳐 검토 후 변호인의 자필로 자구수정을 마쳤다. 그런데 담당 수사관이 계속 자필로 자구수정을 한 부분을 다시 타이핑을 하여 다시 재확인을 요청했다. 이례적인 일이었다"고 했다.
그러자 "134쪽 중 50쪽이 넘었을 때 변호인이 남은 부분은 수기로 작성한 부분을 그대로 두고 지장을 찍는 것으로 하자고 했다. 수사관이 동의하여 지장을 막 찍고 있는 순간, '말없는' 수사관이 '담당' 수사관에게 메시지를 보여주었다"며 담당 수사관이 중지하고 타이핑을 해야 한다 말했다고 했다.
이에 노 전 회장이 "왜 그래야 하나", "이 문서가 용산 대통령실로 올라가나? VIP가 직접 보자고 하던가"라고 묻자, 담당 수사관이 "죄송하다. 상황을 좀 이해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또 노 전 회장은 조사 후 신분을 밝힐 수 없는 지인과 통화하며 "오전에 용산에서 회장님 영장을 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님도 같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노 전 회장은 "만일 경찰조사 이전에 '구속영장을 치는 게 좋겠다'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면 이것은 절차를 무시하고, 직권을 남용한 것이며, 국민의 기본권을 권력으로 짓밟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권력자가 "구속영장을 치는 게 좋겠다"라는 말을 했다는 사실을 내가 미리 알았더라면 나는 무려 11시간이 넘는 시간을 성실하게 조사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렇게 내려오는 수사지침은 일선의 수사관들을 꼭두각시로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실이 노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지시했다'는 노 전 회장의 주장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그런 지시를 한 적도, 받은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조 청장은 "용산(대통령실)에서 그런 지시가 왔다면 저도 알았겠지만, 확실히 말하는데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며 "(제가) 한 적도, 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노 전 회장은 "그렇나. 그런데 왜 그쪽은 유출자를 색출하느라 그렇게 난리가 났나. 찾으면 오히려 더 문제가 될 텐데. 정직하게 삽시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