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삼성, 칩제조에 '하이닉스'가 쓰는 기술 도입"

인공지능(AI) 열풍에 고성능 메모리칩이 요구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가 사용하는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로이터가 13일 보도했다.

로이터는 소식통 5명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라이벌인 SK하이닉스가 쓰는 기술인 '몰디드 언더필(MUF)' 관련 장비를 주문했다고 전했다.

SK하아닉스는 AI칩셋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칩에 대한 수요로 최근 크게 주가가 올랐다.하지만 삼성전자는 AI칩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의 최신 HBM칩 공급 계약에 참여하지 않아 관련 혜택을 얻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뒤처진 이유 중 하나는 일부 생산 문제를 일으키는 비전도성 필름(NCF)이라는 칩 제조 기술을 고수했지만 하이닉스는 NCF의 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매스 리플로우-몰디드 언더필(MR-MUF)' 방식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최근 MUF 기술을 처리하도록 설계된 칩 제조 장비를 주문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전했다.

한 소식통은 "삼성전자가 HBM (생산) 수율을 높이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했다. SK하이닉스가 처음 사용한 기술을 따라가게 되었기 때문에 MUF 기술을 채택한 것은 삼성에는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NCF 기술이 HBM 제품을 위한 '최적의 솔루션'이며 새로운 HBM3E 칩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로이터의 질문에 대해 "우리는 계획대로 HBM3E 제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HBM 생산에 MR-MUF를 적용할 것이라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HBM3와 HBM3E는 코어 마이크로프로세서 칩과 함께 제공되는 고대역폭 메모리 칩의 최신 버전으로, 생성형 AI에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러 분석가들에 따르면, 삼성의 HBM3 칩 생산 수율은 약 10~20% 수준으로, 약 60~70%의 수율을 확보한 SK하이닉스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

한 소식통은 "삼성전자가 이미 일본 나가세의 MUF 소재를 포함한 소재 제조업체와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다만 삼성전자가 더 많은 테스트를 진행해야 하므로 MUF를 사용한 고급 칩의 대량 생산은 빨라야 내년이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의 세 소식통은 삼성전자가 최신 HBM에 NCF와 MUF 기술을 모두 사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리서치 회사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 칩 시장은 AI 관련 수요로 인해 올해 약 9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라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NCF는 칩과 기판 사이의 접합을 위해 사용되는 얇은 필름 형태의 접착제다. 전도성이 없어 전기적 단락을 방지하면서 칩과 기판 사이를 기계적으로 고정하고 열적으로 연결한다. 메모리 칩을 여러 층 올리는데 널리 사용돼 왔으나, 층이 많아질 수록 제조 난이도가 증가한다. 삼성전자는 현재 자사의 HBM3E이 12층으로 구성돼 있다고 알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MR-MUF를 사용해 엔비디아에 HBM3에 공급하는 첫 번째 업체가 됐다. MR-MUF는 칩과 기판 사이에 사용돼, 열 변화에 민감한 재료들 사이의 불안정성 줄이고, 칩과 기판 사이의 기계적 강도를 향상시키는 데 유용하다.

마이크론도 지난달 고대역폭 메모리 칩 경쟁에 합류했다. 자사의 최신 HBM3E 칩이 2분기에 출하를 시작하는 엔비디아의 H200에 채택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소식통들은 삼성전자의 HBM3 시리즈는 아직 엔비디아의 공급 계약 자격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