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도피' 의혹과 '황상무 수석 회칼 발언' 후폭풍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월 총선이 가까워오면서 연일 여야 후보들과 지도부가 지역을 찾아 선거운동에 여념이 없다. 한편으론 대통령도 민생토론회를 핑계 삼아 열심히 지역을 돌아다니고 있다.
그러나 공천이 마무리될 즈음 터져나온, '이종섭 호주대사 (도피)임명'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발언'이 대통령(실)과 여당의 악재로 부각되면서 여당 후보들의 곤욕스런 모습과 함께 총선에 악영향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을 놓고 해병대 '故채 모 상병의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정점에 있는 수사 피의자의 도피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공수처가 사건관계인 조사를 위해 출국금지를 한 상태여서 더욱 문제가 됐다. 갑작스런 출국과 출국금지를 푸는 과정에서 이 대사가 자진해서 공수처 조사를 4시간 동안 받은 점과 특히 공수처에 제출한 핸드폰이 '채 모 상병 사건' 이후 새로 구입한 '새 폰'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사에 언제든 성실히 임하겠다는 이 대사의 말은 신뢰할 수 없는 허언임이 드러난 모양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은 지난 15일 "이종섭 대사에 대한 피의자 도피라는 빼돌리기 주장이 어불성설"이라며 "공수처의 부당한 출국금지와 조사 지연, 수사비밀 유출이 오히려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수처는 18일 대변인실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 입장 내용 중 일부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출국금지 해제 권한이 없다. 따라서 사건관계인(이종섭 전 장관)의 (채 모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수사외압 의혹) 조사 과정에서 출국을 허락한 적이 없으며, 이종섭 전 장관이 법무부에 제출한 출국금지 이의신청에 대해 법무부에 출국금지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지적한 '공수처의 부당한 출국금지'에 대한 반박이다.
한편 이 문제를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여당 간 불편한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7일 이종섭 호주 대사의 출국 논란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즉각 소환을 통보해야 하고,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 문제는 총선을 앞두고 정쟁을 해서 국민께 피로감을 드릴 만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입장과 '대통령에 따로 얘기할 생각이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충분히 말씀드렸죠?"라고 답했다.
한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약세를 보인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수도권 판세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후 국민의힘 당 관계자가 "한동훈 위원장의 일일 백브리핑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의 한동훈 위원장에 대한 입틀막(?)일까?
이 관계자는 "전시에 준하는 선대위 체제인데 선대위 발언과 (한 위원장의) 출근길 발언이 겹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놓았으나, 선거를 앞두고 선대위원장이기도 한 한동훈 위원장의 언론 노출을 줄여야 할 이유가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다.
한 위원장은 또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 논란에 대해서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이고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상무 수석은 지난 14일 MBC 등 일부 출입기자와 오찬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라. 내가 (군) 정보사를 나왔는데, 1988년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아파트(삼익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며 정보사 군인들이 군에 비판적인 칼럼을 쓴 오홍근 기자에 대한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언론단체와 야당에서는 언론에 대한 협박이고, 탄압이라며 일제히 황 수석의 해임과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자 황 수석은 17일 "제 언행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사과한다. 각별히 조심하겠다"고 말했다. 자신 사퇴나 대통령의 해임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5.18 북한 개입설 등으로 낙마한 도태우 후보, 난교 등 막말 논란으로 사퇴한 장예찬 후보, 돈봉투 수수 의혹으로 공천 취소된 정우택 후보 등과 친일 발언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성일종, 조수연 후보 등 조용한 공천, 시스템 공천을 자랑하던 국민의힘 공천이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도태우 후보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었던 인연으로, 장예찬 후보는 윤 대통령과의 각별한 인연으로 낙마 시키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이미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 거부와 디올백 수수 사건에 대한 해명이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쌓여왔다.
여기에 채 모 상병 사건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조만간 특검법 상정이 예정된 상황에서 이종섭 전 장관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도 대통령(실)의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대통령(실)이 사면초가인데, 시중에서 윤 대통령의 아바타라 불리는 한동훈 위원장마저 대통령실을 압박하는 발언은 윤 대통령의 역린를 건드린 것은 아닐까. '한동훈 위원장 입틀막 사건(?)'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추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