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신장 이식받았으나 5년 만에 문제 생겨
유전자 편집기술 이용해 특정 바이러스 비활성화
전 세계 장기 부족 문제에 대한 잠재적 해결책 평가
◆…매사추세스츠 종합병원이 유전자변형 돼지신장 이식수술 진행. 사진=CBS뉴스 캡처
미국의 한 병원이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을 60대 살아있는 남성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해 장기이식분야에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1일(현지시간) CBS·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매사추세스츠 종합병원(MGH)은 말기 신장 질환을 앓고 있는 릭 슬레이먼(62)에게 돼지 신장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돼지 신장을 이식하는 수술은 지난 16일 4시간에 걸쳐 진행됐으며 수술은 성공적으로 이뤄져 환자는 곧 퇴원할 예정이라고 병원 측은 전했다.
슬레이먼은 7년 동안 투석 치료를 받다가 지난 2018년 같은 병원에서 사람의 신장을 이식받은 바 있다. 그러나 5년 만에 이식된 신장 기능에 문제가 생겨 다시 투석 치료를 받게 됐다. 병원측은 지난해 말 돼지 신장 이식을 시도해 볼 것을 슬레이먼에게 권고했다. 장기기증자의 신장을 이식받고자 대기 명단에 등록한 그는 언제 수술을 받을지 기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이번 수술에 동의했다.
이번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신장은 이제네시스(eGenesis)가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돼지의 신장에 항원 유전자를 제거하고 인간 유전자를 추가해 인간 몸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설계했으며 인간에게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돼지 고유의 특정 바이러스도 비활성화했다.
WSJ은 돼지 신장을 뇌사 상태 환자에게 이식한 사례는 있었지만,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신장을 살아있는 환자에게 이식한 것은 최초라고 전했다.
매사추세츠주 교통부의 시스템 관리자인 슬레이먼은 "이 수술이 저뿐만 아니라 생존을 위해 이식이 필요한 수천 명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희망을 제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술을 집도한 외과 전문의 카와이 타츠오 박사는 슬레이먼에 이식된 돼지 신장이 사람 크기와 정확하게 같은 크기였으며 이식 직후부터 분홍색을 띠면서 소변을 생성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돼지 신장이 최소 2년 동안 작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BS는 이번 이종 이식 수술이 전 세계 장기 부족 문제에 대한 잠재적 해결책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면역학 및 이식 전문가인 폴 키운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의학과 교수는 "장기에 대한 인간의 절실한 필요성을 고려할 때 이번 성과는 생물학과 의학분야에서 정말 이례적인 진전"이라고 말했다. 반면 윤리학자들은 인간을 살리기 위해 동물을 죽일 가능성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