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서방 사용하는 송유관 차단 우려
물가 상승 작용해 바이든 지지율에 직격탄
우크라, 러시아 정유공장 합법적 목표물 주장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랴잔 지역의 정유공장에 드론 공격을 가했다. 사진=로이터통신
미국이 국제 유가 상승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 중단을 촉구했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최근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과 보안국 고위 관리들에게 러시아 내 정유공장을 공격하지 말라는 내용의 경고문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
러시아의 정유 시설이 공격받으면 러시아가 서방이 사용하는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해 결국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FT는 전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에너지 인프라를 공격하기 시작한 3월 12일 이후부터 국제 유가는 4% 가까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지난 2022년에도 러시아가 중앙아시아에서 흑해로 연결되는 카스피 파이프라인 컨소시엄의 송유관 가동을 일시적으로 차단해 유가가 상승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악화시켜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에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관측했다. 전 백악관 에너지 고문이었던 밥 맥널리 라피단 에너지 그룹 회장은 "선거 해에 유가가 급등하는 것보다 현직 대통령을 더 두렵게 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전쟁 전략을 놓고 미국과 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모스크바에 대한 드론(무인기) 공격을 시인했을 때 미국은 러시아의 보복 공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비쳤었다.
이와 관련해 일부 분석가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전쟁을 벌여야 할 도덕적 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를 역임한 스티븐 파이퍼는 "우크라이나는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며 "미국은 키예프에 우크라이나의 무기로 공격할 수 있는 목표와 공격할 수 없는 목표가 무엇인지 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내 정유공장이 자국군의 합법적인 목표물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올라 스테파니시나 우크라이나 유럽통합담당 부총리는 FT의 논평 요청에 "우리는 미국의 요구를 이해하지만 우리의 군사력과 자원으로 싸우고 있다"며 "군사적 관점에서 볼 때 러시아 에너지 시설은 합법적인 표적"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