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안보회의에서 밝혀…사망자 139명으로 늘어
용의자 4명 고문 정황 논란…'귀 잘렸다' 보도도
◆…130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한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에 우크라이나가 개입됐다고 시사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급진적인 이슬람주의자 소행"이라고 인정했다.<사진 로이터>
25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긴급 안보회의에서 "(이번 테러는) 이슬람 세계가 수 세기 동안 싸워온 이념을 지닌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자행됐다"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모스크바 북서부 크로커스 시티홀에 무장 괴한들이 난입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폭발물을 투척하며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는 이날 기준 사망자가 139명으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테러 사태 이후 이슬람 수니파 극단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는 테러 현장 영상을 공개하며 자신들이 배후라고 밝혔으나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가 연루돼 있다고 주장해 왔으며 러시아 언론 또한 전문가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이번 테러에 연루됐다는 주장을 보도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이번 테러 사건을 빌미로 우크라이나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렸다.
푸틴 대통령 또한 지난 23일 국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시사했으나 이날 입장을 바꿔 IS 책임을 직접적으로 인정했다.
앞서 미 백악관은 "모든 공격의 책임은 IS에 있다"라며 "우크라이나는 전혀 관련이 없다"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가 이번 공격에 책임이 있는 IS 조직을 지목하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용의자 중 한명이 귀에 붕대를 감고 24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법원에 출석했다. <사진 로이터>
용의자들은 모두 타지키스탄 국적의 남성으로 이들은 타인의 죽음을 야기한 단체 테러 혐의를 받고 있으며,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
러시아는 이날 이들 외에도 7명의 용의자를 추가 체포했다고 밝혔다.
반면 인권 단체들은 이에 관해 비난 입장을 내고 있다. 러시아 경찰의 폭력에 반대하는 TAT(Team Against Torture)는 "야만이 야만에 대한 답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며 "정부가 테러 용의자에 대한 고문을 허용한다면 다른 시민에 대한 불법 폭력도 허용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언론의 자유를 주장하고 있는 러시아 단체 넷 프리돔은 "구금자에 대한 고문과 초법적 살인을 효과적으로 승인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단체는 "새로운 대테러의 시작 가능성을 보고 있다"라며 "용의자에 대한 경찰의 폭력과 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사태는 푸틴 대통령이 5선 당선을 확정 지은 지 일주일도 안 돼서 발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24일(현지시간) 수십 년 만에 러시아에서 일어난 가장 치명적인 테러로 푸틴 대통령이 쌓아온 독재자 이미지가 훼손되고 국민에게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러시아 정부의 약속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