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금 정비 방안, 감세 정책의 또 다른 창구"

정부 2조원 규모 부담금 정비 방안 발표

나라살림연구소 "부담금 경감액 절반 이상이 지자체 귀속분.. 재검토해야"

정부가 부담금 정비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향후 정비 방안 시행을 위한 법이나 시행령 개정 시 특혜나 재원 마련 방안, 환경 보전 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부담금 감경과 폐지안에 대해서는 재논의를 통해 이번 정비 방안의 수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일부 정비 방안의 경우 환경규제 등 규제성 부담금을 담고 있어, 부담금을 통한 규제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내용이 있고, 기후 위기의 시대를 거스르는 내용도 있어 이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27일 '정부의 부담금 정비 방안 분석' 자료를 통해 "부담금 정비 방안은 감세 정책의 또 다른 창구"라며 "부담금 경감액의 절반 이상이 자자체 귀속분"이라고 지적했다.

◆ 부담금 어디서 얼마나 줄어드나 정부는 27일 "국민·기업에 부담이 되거나 경제·사회 여건 변화에 따라 타당성이 약화된 부담금도 존속 중인 상황"이라며 2조원 규모(32개 부담금)의 부담금 폐지·감경에 대한 정비 방안을 발표했다.

정비 대상 부담금 가운데 경감액의 규모가 큰 상위 5개 부담금의 규모가 1조 6000억원으로 전체 경감액의 81.8%를 차지했다. 경감 규모가 가장 큰 부담금은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으로 전기요금의 3.7%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를 단계적으로 2.7%까지 인하하겠다는 계획이다.

두 번째로 경감 규모가 큰 부담금은 '학교용지부담금'으로 폐지로 인한 경감액은 3598억원이다. 세 번째로 경감액이 큰 '농지보전부담금'은 농지를 전용하려는 자가 농지를 보전하고 관리, 조성하는데 부담하는 금액으로 대체농지, 농어촌 관리자금으로 사용하게 되는 부담금이다. 이번 정비 방안에서는 비(非)농업진흥지역에 대해 요율을 인하하게 되어 3540억원의 경감이 이루어졌다.

네 번째로 경감액이 큰 부담금은 3082억원의 개발부담금임. 개발부담금은 토지개발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환수하고 각종 개발 사업으로 생긴 이익의 일부를 부담금으로 징수하는 제도로 올 한해 수도권은 50%, 비수도권은 100%를 감면하기로 했다.

다섯 번째로 경감액이 큰 부담금은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의 수입·판매부과금'이다. 1516억원의 경감액이 발생하는데, 이번 정비 방안에는 1년 동안 천연가스(LNG) 수입에 대한 부담금을 30% 수준 인하를 통해 가스요금 인하를 유도하는 내용이 담겼다.

◆ "감세 정책, 부담금으로 확장" 

나라살림연구소는 정부의 부담금 정비 방안을 '감세 정책의 연장선'이라고 평가했다.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주어 시장(민간)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논리는 정부의 일관된 주장이었는데 이러한 정책 기조가 조세를 넘어 부담금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각종 개발 관련 부담금이나 국민이나 기업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으로 기업의 부담금 부담을 경감시키는 것은 감세 정책의 연장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발부담금, 농지보전부담금, 장애인고용부담금, 대체산림자원조성비 등은 부담금을 부과해 개발을 억제하고 농지를 보전하고 장애인의 고용을 촉진하는 부담금의 긍정적인 요소지만, 이를 없애거나 감경하는 것은 기업이 수행하는 공익사업에 대한 재정 책임을 완화 시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분양사업자, 개발사업 시행자에게 특혜를 주는 학교용지부담금 폐지와 개발이익의 사유화를 보장하는 개발부담금 감경, 농지와 산지에서의 개발을 용이하게 하는 농지보전부담금 감경과 '대체산림자원조성비'의 부과 요율 인하는 토지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개발업체의 개발을 용이하게 하는 기업 특혜 방안이라는 지적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무엇보다 지자체 재원이 축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광역·기초자치단체에 귀속 부담금의 규모는 2조 5357억원인데 이번 정비 방안에 포함된 주요 4개 부담금의 경감액은 1조 245억원으로 최소 52.2%"라며 "경기 침체와 부동산 경기 하락에 따라 가뜩이나 어려워진 지자체의 재정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는 이번 정비로 전체 경감액이 1조 9653억원이라고 주장하는데 이 가운데 지자체에 귀속되는 부담금의 경감액이 절반을 넘는다는 점에서 부담금 정비 방안이 지역에 대한 재정적 압박의 수단이 되고 있다"며 "중앙정부에 귀속되는 부담금의 경우에도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징수업무를 대행하면서 징수된 부담금의 일정비율을 징수비용으로 지원받고 있는데 이러한 수입의 감소도 지자체의 세입예산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했다.

이 밖에 나라실림연구소는 "영세 자영업자 또는 중소기업의 부담을 완화시켜 준다는 명분으로 각종 환경 규제성 부담금에 대한 감면이 포함됐는데, 환경개선부담금에서 경유차에 부과하던 부담금을 50% 인하하고, 폐기물 처분부담금의 감면 기준을 확대한 내용이나, 강력한 온실가스인 HFC 가스에 부과하는 특정물질 제조수입부담금의 요율을 인하하는 등의 조치는 사실상 기후위기 시대를 거스르는 정비"라고 우려했다.

◆ "부담금 감소에 따른 재원 보안 대책 없어.. 재논의 필요"

나라살림연구소는 결과적으로 실질적인 감세 정책인 부담금 정비 방안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감세 정책의 연장선 상이라 할 수 있는 부담금 정비 방안에 대한 사회적 재논의가 필요하다"며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에서의 부담금 정비는 기업에 대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이어 "부담금 수입 감소에 따른 재원 보완 대책 필요하다"면서 "이번 부담금 정비를 통해 정부는 2조원이 경감된다고 하지만 부담금을 재원으로 시행되던 사업의 재원 보완 방안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이 없다. 당장 올해부터 부담금 수입이 감소 또는 없어지게 될 경우 사업의 존속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보전 기후위기 거스르는 부담금 정비 방안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중소기업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고, 국민에게 전가되는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차원에서 추진되는 개발사업과 관련된 부담금과 기후위기 역행하는 정비 방안은 원점에서 재검토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