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5·18 민주화운동 세계에 알린’ 테리 앤더슨 前 AP통신 기자 별세

1980년 광주 5·18 민주화운동 현장을 기록해 세계에 전한 테리 앤더슨 전 AP통신 기자가 향년 76세로 별세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앤더슨 전 기자가 이날 뉴욕주 그린우드 레이크에서 심장 수술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그의 딸 술로메 앤더슨이 말했다.

앤더슨 전 기자는 AP통신의 중동 특파원이었던 1985년 3월 16일 레바논·이스라엘의 전쟁을 취재하던 중 베이루트에서 무슬림 시아파 단체 소속 세 명의 무장괴한에 납치돼 6년 9개월 동안 구금됐다.

당시 그는 벽에 사슬로 묶인 채 구타 등 잔혹 행위를 당했으며 구금 기간 중 아버지와 형제는 모두 암으로 사망했다. 딸 술로메가 6살 될 때까지 만나지 못했고 석방 뒤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받았다.

그의 딸 술로메 앤더슨은 "아버지는 인질로 잡혀있던 동안 극심한 고통을 겪었지만 최근 몇 년간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삶을 되찾았다"며 "아버지는 최악의 경험이 아닌 베트남 아동 기금, 언론인 보호 위원회, 노숙자 퇴역군인 등 인도주의적 활동을 통해 기억되길 바라실 것"이라고 말했다.

석방된 후 앤더슨 전 기자는 2015년 은퇴할 때까지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교, 오하이오 대학교, 켄터키 대학교, 플로리다 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쳤다. 그는 법원 판결에 따라 이란 동결 자금 수백만 달러를 보상으로 받았으나 보상금 대부분을 투자로 잃어 파산 신청을 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에선 광주 5·18 민주화운동 현장을 직접 취재해 그 실상을 보도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은 그가 1980년 5월 22일부터 27일까지 광주를 취재해 작성한 기사 원고를 2020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기사에는 "광주 시민들은 기자들과 담화에서 '시위는 처음에 평화롭게 시작됐지만, 공수부대들이 18~19일 시위자들을 무자비하게 소총과 총검으로 진압하면서 격렬한 저항으로 변했다'고 말했다"와 같은 생생한 증언이 기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