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원, 트럼프 면책특권 일부 지지 표명

미국 연방 대법원이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난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와 관련된 면책특권 주장에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뜻을 내비쳤다고 로이터 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이날 심리에서 6대 3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보수 대법관들의 이같은 의견에 따라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낼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검찰이 기소한 트럼프의 혐의 중 사적인 행위가 아닌 공무수행 자격으로 이뤄진 행위가 무엇인지, 그리고 공적 행위라면 어떤 행위가 면제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심리를 진행했다.

대법원이 하급 법원에 면책특권을 적용하는 관점에서 새롭게 판결하도록 지시하면 트럼프 재판이 더욱 지연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올해 백악관 복귀를 노리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지난해 8월 잭 스미스 특별검사가 지난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혐의로 자신을 기소하자 대통령 재임 시절 행위는 퇴임 후에도 면책특권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 12월 워싱턴DC 연방지법과 올 2월 초 연방항소법원은 모두 기각했으며, 트럼프 측은 연방 대법원에 상고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대선 전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열리려면 6월 1일까지 판결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6월 초 연방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는다면, 워싱턴DC 연방지법이 맡은 대선 뒤집기 관련 재판 일정이 추후 잡히더라도 관련 1심 판결은 오는 11월 대선 전까지 나오기 어렵다.

또한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기소를 강제로 끝내거나 연방 범죄에 대해 잠재적으로 사면을 시도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보수 성향의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은 "재선에서 패한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 행정부의 보복 기소에 취약할 경우 불안정한 위치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이는 미국의 민주주의 기능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수파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면책특권이 없는 대통령의 기소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항소법원의 결정에 대해 "우리가 항소법원에 반려하거나 법을 잘못 적용했다는 의견을 낼 수 없는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다. 로이터는 해당 발언은 트럼프의 기소가 부적절했음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측의 변호인인 존 사우어는 "대통령의 형사기소에 대한 면책특권 없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대통령직은 있을 수 없다"며 "미국의 234년 역사상 자신의 공적 행위로 인해 기소된 대통령은 한 번도 없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