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사업법개정안'...21대 국회 용도 폐기 위기
합성니코틴 담배...내국세 0원, 담배규제도 비켜가
규제 사각지대에서 국내 담배농업 생태계 교란 우려
◆…최근 규제사각지대에 놓인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도 담배로 포함해 청소년 및 비흡연자의 접근성을 낮추고 니코틴 중독으로부터 보호하며 천연니코틴과의 과세형평도 맞춰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클립아트 제공
담배연초나 뿌리, 줄기 유래 천연니코틴은 과세하고 있는데 반해, 합성니코틴 액상담배는 담배사업법상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지방세 등 세금이 부과되지 않고 있어 과세형평에 크게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합성니코틴을 사용한 액상전자담배 판매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담배관리대상에서 제외된 이른바 '유사담배'가 국민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합성니코틴 규제 '담배사업법개정안'...21대 국회 용도 폐기 위기
현재 18개에 달하는 담배관련법 개정안의 상당수가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21대 국회가 끝나면 대부분 폐기 될 운명에 처해 있다. 이에 따라 당장 내년에도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세수 확보 차원에서라도 남은 회기동안 법안처리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관련 취지를 가장 잘 반영한 2020년 보건복지위 최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담배사업법 일부개정안'은 지난 2월 소위원회 축조심의 후 시한부 법안이 돼 아직도 국회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연초의 잎 뿐 아니라 줄기, 뿌리 등을 이용하거나 니코틴으로 만든 담배에 대하여도 규제가 가능하도록 '담배의 정의'를 수정하고 '국민건강 증진 차원에서 합성니코틴을 포함한 유사담배의 흡연 및 흡입용도로 판매하는 것을 금지' 하는 법률안이다.
담뱃잎이 아닌 담배의 줄기나 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은 그나마 2020년 법개정을 통해 과세부담은 지고 있다. 그러나 수입 합성니코틴은 액상전자담배로 제조돼 시중에 판매되고 있으나, 현행 담배사업법 2조의 '담배의 정의'에 포함되지 않아 담배소비세 등 각종 제세부담금이 면제되는가 하면 유해성 경고 그림, 문구 등 관리대상에서도 제외되고 있다.
담배로서 흡연하고 있으나 현행법상 담배의 정의에서 제외되고 있는 '유사담배'를 담배로 포함하여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 하자는 입법 취지이다.
지난 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위 김영주 의원도 합성니코틴을 통한 세금 누락을 지적하고 제도개선을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천연니코틴을 합성니코틴으로 허위신고 수입... 1조 6천억 세원 어디로?
김영주의원실이 제시한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9개월간 천연니코틴을 합성니코틴으로 변경해 들여오다 세관에 적발된 사건이 100여건에 달했다.
내국세 탈세를 노리고 천연니코틴을 합성니코틴으로 허위 신고한 사례로 1033만명이 흡입할 수 있는 양이며, 적발량 44만 9100ml 는 현행법상 '담배'로 분류됐을 경우 1ml당 1799원의 내국세 부과돼 연간 추산 1조 6천억 이상의 세금을 더 거둬 들일 수 있었다는 계산이다.
세금만이 문제는 아니다. 담배 맛을 좌우하는 니코틴성분은 긴장을 완화하고 기분을 좋게 하는 중독성 때문에 담배 안전규정을 준수해야한다.
반면 화학적 제조방법에 의해 생산하는 합성니코틴, 소위 '유사담배'의 경우 담배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은 채 식품안전규제나 유해성 검사 없이 유통되 세금 누수는 물론 국민건강을 크게 해칠 수 있다는 것이 보건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김영주 의원은 사각지대에 놓인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도 담배로 포함해 청소년 및 비흡연자의 접근성을 낮추고 니코틴 중독으로부터 보호하며 천연니코틴과의 과세형평도 맞춰야 한다며 정부에 제도 개선을 강력히 주문했다.
유사담배, 국내 담배농사 생태계 교란
국내 담배농가에 주는 피해도 만만치 않다. 수입이 가능한 니코틴은 천연유래 S니코틴과 합성 RS니코틴인데 S니코틴은 기존 물질로 분류되어 연간 1톤 이하로 규제 없이 수입할 수 있다.
그러나 RS형 합성니코틴은 신규물질로 분류되어 연간 100킬로 미만만 수입이 가능하고 유독성검사를 거치면 수입에 수 개월이 걸린다. 그런데 업체 대부분이 많은 양을 수입하기 위해 여러회사를 설립해 규제를 회피, 연간 200여 톤 규모의 어마어마한 합성니코틴이 별다른 유해성 검사 없이 국내 유통 되고 형편이다. 이러한 무분별한 수입이 국내 담배 농가 경쟁력 약화와 담배산업의 생태계 교란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업계에서는 액상 전자담배로 상품화되는 합성니코틴의 양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통상 합성니코틴으로 전자담배를 제조할 때는 희석해 사용하기 때문에 실제 상품으로 판매되는 양은 수입원액의 수십배가 될 것으로 추정돼 법령정비가 시급하다는 여론이다.
국내에서 액상 전자담배에 부과하는 내국세 및 부담금은 5종이다. 합성니코틴을 원료로 한 유사담배는 규제사각지대에서 '땅 짚고 헤엄치기 식' 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담배에 대한 정의를 개정해 탈세를 방지하고 개별소비세 세수확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긍정적 검토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나, 담배의 제조·유통·판매 관련 종합 관리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최근까지도 합성니코틴을 담배에 포함시키는 개정안에 미지근한 입장이다.
지난 2월 열린 담배사업법 개정 소위원회에서 기재부는 "합성니코틴 과세에 대하여 대하여 연구용역 결과도 봐야하고 전체 정부의 입장을 정하기에는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20년 뜸들인 '담배유해성관리법'서도 합성니코틴 제외
이런 가운데 최초 발의 20년 만에 통과된 '담배유해성관리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10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25년 11월에 발효된다. 법이 통과됨에 따라 담배 유해성분 검토와 검사방법 확립, 유해성분등 담배의 모든 성분에 대해 정보공개가 이뤄지게 된다.
그러나 이마저도 합성니코틴은 '담배의 정의'에서 빠졌다. 정부는 향후 '담배사업법' 개정을 추진해 담배의 정의를 넓혀 나갈 계획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에서는 이미 합성니코틴을 담배에 포함시키고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브라질, 호주, EU, 프랑스등도 자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유사담배 규제를 강화해 판매 및 수입 금지 조치 등을 시행 중이다.
조세정책 전문가들은 "천연니코틴과 합성니코틴은 모두 니코틴을 보유하고 있어 담배의 기본속성을 가진 채 흡연하고 있어 과세가 달라진다는 것은 과세형평에 크게 어긋나는 사례"라며 "최근 급격한 세수감소로 국가 재정에 부담이 큰데도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의 안일한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며 조속한 법률 개정을 주문했다.
세무업계 한 전문가는 "담배관련 세제는 소비세의 성격보다는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일종의 징벌세제의 의미도 있다"며 "천연니코틴을 과세회피를 위해 합성니코틴으로 속여서 수입한다는 것도 중요한 불법적 행위이지만 수입 원액을 희석하여 많은 양의 액상담배로 팔아 폭리를 취하는 것에 대해 과세하지 않고 있는 과세불공평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연활동 단체의 이 모 씨는 "국민건강 증진을 힘쓰고 있는 보건복지부뿐 아니라 국가재정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이번 21대 국회 회기 내에 반드시 담배사업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며 "개정안이 지체될 경우 강력한 시민행동을 통해 책임을 묻겠다"고 주장했다.
신규 세원 발굴을 통한 국정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서라도 얼마 남지 않은 회기동안 법안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국회와 주무부처장관도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