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 속에 익사위험에 처한 고슴도치는 개구리에게 도움을 청하고
고슴도치는 찌르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고 개구리 등에 올라타는데…
상속재산을 두고 한 가족 간의 맹세는 달 앞의 맹세와 같아
상황은 늘 변하고 인간은 본능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으니…
고슴도치는 개구리 등에 올라 타 개울을 건널 요량으로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개구리는 고슴도치의 침이 언제든 자신을 찌를 수 있다며 거절했다.
고슴도치는 포기하지 않고 말했다.
"개울을 건너는 중에 너를 찌르면 동시에 물에 빠져 죽는다. 그리고 네가 개울을 건너게 해 주면 생명의 은인이 되는 셈인데 어떻게 배신하겠느냐?"
그렇게 다짐을 받은 개구리는 고슴도치를 등에 태워 개울을 건너기 시작했다. 개울을 중간쯤 건넜을 때 갑자기 번개가 치고 천둥소리가 들렸다. 천둥소리에 놀란 고슴도치는 본능적으로 침을 세웠다. 개구리의 등을 찌른 것이다. 둘은 동시에 물에 휩쓸려 죽고 말았다.
개구리는 죽어가며 네가 어떻게 나에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다그쳤지만 너무 늦은 후회였다.
고슴도치가 말했다.
"미안하다. 나도 모르게 침이 세워졌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 어릴 적부터 우애가 남달랐던 남매가 있었다. 총명했던 장녀는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독일로 유학을 떠났고, 그곳에서 독일인과 결혼하여 정착했다. 남동생 또한 부친으로부터 물려 받은 가업을 크게 불려 나갔다.
좋았던 남매의 관계는 부친이 사망하면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모친은 장례식에 참석한 장녀에게 인감을 맡겨 두고 가라고 했다. 부친이 물려준 재산을 관리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네가 한국에 방문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장녀는 모친을 믿고 인감을 맡겼다.
이후 모친은 관리인을 통해 상속재산에서 발생한 소득에서 세금을 제하고 장녀에게 송금해 주었다. 장녀는 상속재산이 잘 관리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데 모친이 사망하면서 저간의 사정이 드러났다. 부친 사망 후 동생의 사업은 어려워졌고 급전을 대출할 수밖에 없었는데 모친을 설득하여 누나의 재산에 담보를 설정했던 것이다.
모든 사실을 알고 난 다음에는 상속재산은 이미 경매에 넘어가 있었다.
평소에 이성적인 사람도 위기에 처하거나 눈 앞에 이익이 어른거리면 본능적으로 행동하기 마련이다. 재산상속 문제로 가족간 맺은 약속은 보름달을 걸고 한 것과 같다.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은 달은 매일 변하기 때문에 달을 보고 맹세하지 말라 한다.
재산상속에 대한 약속도 이와 다르지 않다. 보름달은 이내 반달이 되고 초승달이 된다. 그믐달이 뜬 마당에 서서 보름달을 걸고 한 약속을 왜 지키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상속재산을 두고 가족 간에 한 약속은 봄꽃과 같은 운명에 처한다. 눈 앞에서는 아스라한 향기를 선사하지만 바닥에 떨어지면 이내 짓밟히고 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