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위, "업계 의견 청취 후 최종 결정"
세무대리업계‥"최종입장 국회에서 밝힐 것"
뜻하지 않은 논란으로 1년여 동안 장기 취침상태에 빠져 있는 '성실납세제도'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입법이 이뤄질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어 세무대리업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성실납세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예상외로 거셌다. 애초 마련된 정부안(당시 간편납세제도)에 대한 세무사회 등 세무대리업계의 반발이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맞물리면서 입법추진이 난항을 거듭, 수면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
세무대리업계와 정치권의 반대로 좌초되는 듯 싶던 성실납세제도는 지난 3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업계와 정부가 제도 도입과 관련한 '딜'을 이끌어 내면서 타결의 실마리를 찾았지만 이후 국회 논의 시에도 번번이 고배를 들이키는 등 불운을 겪었다.
지난 29일 열린 국회 재경위 조세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은 제도 시행과 관련한 대원칙에 공감의 뜻을 표하는 한편 내달 4일 업계 관계자들(세무사회,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로부터 의견을 청취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특히 제도 시행의 반발요소로 작용했던 '근거과세' 확립 부분과 관련해 정부와 업계가 합의점을 도출해 낸 만큼 제도 시행을 늦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정부의 강력한 주장이 더해짐에 따라 올해 입법 가능성을 짙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무사회도 내달 4일 열리는 조세소위에 관계자들을 참석시켜 업계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세무사회는 4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세무사회 입장을 최종 정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 성실납세제도의 출발점=재경부가 지난해 도입을 천명했던 성실납세제도는 애초 '간편납세제도'를 모토로 하고 있었다. 간편납세제는 사업자들이 지출하는 '세무협력비용' 축소를 기본 전제로 출발했다.
이에 따라 성실히 세금을 신고하는 일정규모 이하의 영세사업자에게 각종 감면을 배제하고 낮은 세율을 적용해 납세의무를 종결케 하는 방안을 도입키로 해 세무대리업계를 일대 '패닉상태'에 빠뜨렸다.
그러나 검토과정에서 다소 후퇴, 정부가 개발·보급한 전자장부 사용시 세금감면, 세무조사 면제 등을 골자로 제도의 틀이 바뀌었다. 지난해 정기국회에 이 같은 방안을 담은 입법안을 제출됐지만 업계와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혀 입법에 실패했다.
정부는 국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세무대리업계를 참여시킨 T/F를 구성, 제도의 틀을 다시 꾸몄고 지난 2월 세무사회와의 '딜'을 이끌어내며 지금의 성실납세제도 도입안을 완성했다. 정부의 이 같은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성실납세제도 도입안은 3월, 6월 임시국회에서 연달아 '물'을 먹는 등 만신창이가 된 채 현재에 이르고 있다.
□ 성실납세제도, 어떤 내용인가=현재 국회 논의 중인 성실납세제도는 당초 재경부가 고안했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신개념 제도라기보다는 기존제도에 색감을 더해 새로운 것처럼 보이도록 만든 셈이나 다름없다.
성실납세제도의 적용대상자는 복식부기 의무자 중 자기조정 대상 기준금액 이하(법인 5억원, 개인 업종별 1억5000만원∼6억원 이하)사업자 중 ERP시스템 등 거래내역이 자동 노출되는 11개 유형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정부가 인증한 전자장부에 의한 기장을 필수요건을 규정했던 것도 '복식부기'에 의한 기장을 필수요건(세무사 등에 의한 외부기장&전자장부 선택가능)으로 변경했다.
이 같은 기준에 포함되는 대상자들은 3만3000여명(법인 3000명, 개인 3만명)수준인 것으로 추산됐다. 제도는 납세자 선택사항이며 최소 3년은 의무적으로 적용 받아야 하며 임의포기할 경우 5년간 선택이 제한된다. 제도 시행은 1년 유예기간 후(2005년 국회 통과전제 2006년 유예기간) 2007년부터다.
성실납세제 사업자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세무조사를 면제하는 혜택을 주고 복잡한 조세감면을 간소화한 '표준세액공제율(수도권 15%, 비수도권 25%)'을 적용하는 등의 추가혜택도 주어지게 된다.
□ 업계 왜 반대했나, '딜'의 내용은=간편납세제도 도입 발표 후 이 제도는 업계의 최대 '골칫덩이'였다. 이에 반해 정부는 사업자 납세편의 증진을 위해 제도 도입을 강하게 추진, 업계를 곤혹스럽게 했던 것.
특히 업계는 '업역축소'를 가장 우려해 제도 도입에 반대했다. 근거과세 저해 등의 형이상학적 개념이(?) 반대논거로 동원되기는 했지만 근본은 업역축소에 따른 세무대리시장이 자칫 붕괴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던 것이 사실.
이는 정부와 업계가 참여한 T/F를 통해 최종안이 마련되는 과정에서 대상자가 대폭 줄어들자 업계가 정부의 뜻에 순순히 따라주기로 합의해 준 부분에서 증명이 되고 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제도의 실효성 대신 '우선 입법'을 택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게다가 업계를 설득하기 위해 여러 개의 당근까지 내주고서야 '딜'을 이끌어 냈다.
정부는 성실납세제 시행에 대한 업계의 근본적 찬성입장을 이끌어 냄과 동시에 세무사양정규정 대폭완화, 경영지도사 등 불법 세무대리인 행정처벌 강화방안 마련 등의 요구를(이 방안의 진행과정은 지지부진한 상태로 관측)들어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반대'하던 정치권 태도돌변(?), 업계 반응은?=지난 29일 열린 조세소위에서 정치권이 성실납세제 도입에 대한 원칙합의에 공감하는 태도를 보임에 따라 성실납세제 도입이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도 도입에 대해 반대입장을 고수해 온 한나라당이 '근거과세 저해' 부분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한 입장을 표출, 현재로서는 정기국회 통과를 100% 담보할 수는 없는 것도 사실.
다만 재경위가 오는 4일 열리는 조세소위에서 세무사회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관계자들을 불러 입장을 청취하고 최종 의결키로 결론을 모았다는 점에서 제도 도입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정기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시행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애초 정부는 2005년 입법-2006년 유예-2007년 시행을 목표로 했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지 아직 판단할 수 없다"며 "통과가 되더라도 내년에 당장 시행할지 다시 유예기간(1년)을 설정할 지는 좀 더 논의해야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도 제도 도입 찬성쪽으로 의견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세무사회 관계자는 "재경부와 논의 과정에서 대상이 축소되고 일부 제도개선(양정규정 완화) 요구가 수렴됐다는 점에서 반대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며 "4일 이사회를 통해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