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부동산PF사업장 '사업성 평가 기준' 강화...'옥석 가리기' 시작
은행 5곳·보험사 5곳 등 총 10곳 참여...신디케이트론(1조원대) 조성
금융당국 "PF 부실 과도한 누적·이연...정상 사업장 자금 경색 초래"
"이번 대책, 불확실성 해소·예측 가능성 높여 속도 있는 연착륙 추진이 핵심"
PF사업장 평가 규모, 기존(136조원) 보다 약 100조원 가량 늘어나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PF 부실의 과도한 누적과 이연은 정상 사업장까지 자금 경색을 초래할 수 있고 착공이 지연되면 2~3년 후 국민 주거 문제인 부동산 공급 위축으로까지 이어질 우려가 있다.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여 더 질서 있고 속도 있는 연착륙을 추진하겠다는 게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13일 '부동산PF 정상화 방안' 발표를 한 금융위원회 권대영 사무처장이 한 발언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우리 경제의 최대 걸림돌이 될 지도 모르는 230조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상화를 위해 최대 5조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syndicated loan·공동대출)을 조성하는 등 부실 사업장에 대한 '옥석 가리기'에 본격 나선다.
이날 발표 내용의 핵심내용은 부동산PF 사업장 정상화를 위해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강화하고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과 은행·보험업권 10곳이 PF 구조조정을 위해 최대 5조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을 조성하고, 1조원대 캠코 펀드는 우선매수권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는 정상 사업장은 자금을 지원하는 반면, 부실 사업장은 재구조화와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금융당국은 PF 리스크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해 다양한 연착륙 방안을 실시해왔다. 하지만 3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 부담 장기화로 근본적 문제 해결이 지연되면서 최근 2금융권을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 및 부도 위험 등 위험 신고가 켜지고 있다는 판단에 추가 대책을 내놓게 됐다.
◆…［자료출처=금융당국 제공］
이번에 발표된 세부 주요 대책을 보면 부동산PF 사업장의 사업성 평가 분류를 현재 3단계(양호·보통·악화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화하고, 사업성이 가장 낮은 4단계 사업장, 즉 '유의' 등급 사업장은 재구조화 및 자율매각을 추진하고, 사실상 사업 진행이 어려운 '부실우려' 사업장은 상각이나 경·공매를 통한 매각을 추진하도록 했다.
PF 사업성 기준을 강화해 '옥석 가리기'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그간 유지해온 '온정적' 대응에서 '부실 사업장 정리'라는 강력한 조치로 전환한 셈이다.
금융회사들은 6월에 새 기준에 따라 PF 사업장을 재평가하게 된다. 아울러 금감원은 7월부터 평가 및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에 나선다. 이후 8월에 그 결과를 조정하면 이후 9월부터는 시장에 구조조정 매물이 순차적으로 나오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평가 대상에 기존 부동산 PF 대출 이외에 위험 특성이 유사한 토지담보대출 및 채무보증 약정까지 넣었으며, 평가 기관에 타 부처 관리·감독을 받는 새마을금고를 포함한 것도 특징이다.
이에 따라 PF 사업성 평가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약 230조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금융당국이 그간 관리·공표해온 PF 대출 잔액 규모(지난해 말 기준 135조6000억원)에 비해 100조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금융당국은 구조조정('유의'·부실우려' 등급) 대상 사업장 규모가 전체의 5~10% 수준일 것으로 추산했다. 전체 사업장 규모(230조원)를 고려해볼 때 23조원 규모의 PF 사업장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의 재구조화·정리에 필요한 자금은 공공·민간금융이 함께 대기로 했다. 우선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충분한 은행·보험업권이 다음 달 신디케이트론(1조원 대)을 조성해 민간 수요를 보강하고, 향후 상황에 따라 최대 5조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신디케이트론은 PF 사업성 평가 결과에 따라 경·공매를 진행하는 PF 사업장에 대한 경락자금대출, 부실채권(NPL) 매입 지원, 일시적 유동성 지원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에 참여하는 금융사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은행 5곳과 생명보험사(삼성·한화) 및 손해보험사(메리츠·삼성·DB) 5곳 등 총 10곳이다.
아울러 캠코 펀드(1조1000억원 규모)의 자금 집행 제고를 위해 우선매수권 도입을 추진한다. 이와 별도로 캠코는 올해 중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업권에서 4000억원의 부실 채권을 추가 인수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