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지적장애‧뇌병변...엄마도 우울증‧백혈병
괴롭힘 당할까봐 시설에도 안 보내
아들 살해 뒤 자신도 목숨 끊으려
◆…창원지법 전경 (사진=연합뉴스)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형사4부(김인택 부장판사)는 이날 살인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1월 경남 김해시 주거지에서 지적장애와 뇌병변 등을 앓던 20대 아들 B씨를 질식시켜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태어날 때부터 몸이 불편했던 B씨는 배변조절이 불가능하고 식도가 아닌 복부에 삽입한 관을 통해 음식을 섭취해야 했다. 종종 발작을 일으켜 간병 없이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었고, A씨는 이런 아들을 평생 보살펴왔다.
밝았던 A씨는 간병에 전념하면서 점점 외부 사람들과 단절됐고, 십여년 전에는 우울증 진단을 받아 계속 약을 복용해왔다. 2022년에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까지 받아 건강이 더욱 나빠졌다.
아들을 장애인 시설에 보내라는 주변 권유도 있었지만 괴롭힘을 당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부터는 아래층 주민이 층간소음 민원을 계속 제기했고, A씨는 아들 때문인 것은 아닌지 우려하며 심한 불안 증세를 느꼈다. 범행 전날에도 층간소음 민원을 받아 더는 살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든 A씨는 남은 가족에게 부담을 줄 수 없다는 마음에 아들을 살해한 뒤 자신도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재판부는 "살인은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장 극악한 범죄"라며 "A씨에게 전적으로 의지했던 B씨는 아무런 저항도 못 한 채 생명을 잃어 A씨에게 합당한 처벌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A씨가 B씨를 26년간 밤낮 없이 돌봐왔고 자신이 사망할 경우 B씨를 수용할 마땅한 시설이 없는 데다 남편 등 나머지 가족에게 부담과 고통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범행한 점, 또 A씨가 누구보다 고통을 안고 살아갈 것이고 모자를 가까이서 지켜본 유족과 지인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집행유예로 선처한 이유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