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기업 종부세 완화 검토 안해"
1일부터 전국 35만여명의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자들의 종부세 신고·납부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사업용으로 부동산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게는 수백억원의 세금을 내게 될 형편이어서 울상을 짓고 있다.
인별합산 공시지가 40억원을 초과하는 사업용 건물 부속토지를 보유한 법인들은 모두 종부세 부과대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기업의 경우에는 법인세 납부액의 60%를 넘는 금액를 종부세로 내야할 형편이어서 지난 2003년말 정부가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해 시행한 법인세 2% 인하 혜택도 전혀 실효성을 못 느끼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여당의원들은 최근 서비스산업의 사업용 토지에 대한 종부세 완화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적용대상이 일부 업종에만 국한돼 있어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또한 정부에서는 사업용 토지의 종부세 완화에 대해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사업자들의 종부세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법인세액의 60%를 종부세로 납부하라고?"=최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의 종부세 고지 결과 올해 종부세를 가장 많이 내는 기업은 KT로 올해 약 350억원을 부과받았다. 이 회사의 지난해 법인세 부담액인 3959억원의 9%에 이르는 액수다.
신세계는 올해 종부세로 215억원이 부과됐으며, 재산세 등을 포함해 올해 내야 할 보유세는 총 29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법인세 납부액 1571억원의 13%를 종부세로 내야 하는 것.
롯데호텔은 롯데월드, 면세점 등을 모두 포함해 총 193억원의 종부세를 낼 예정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액수는 지난해 납부했던 종부세에 비해 33% 증가한 수치로서 지난해 법인세액 320억9900만원의 60%에 이른다.
농협중앙회는 올해 89억원의 종부세와 서택스(Sur-tax)인 농어촌특별세 9억원 등 종부세 관련 세금을 총 98억원 부과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에는 81억원의 종부세를 납부했으며, 재산세로는 51억원(건물분 16억원, 토지분 35억원)을 냈다.
매년 2500억원 가량의 법인세를 내고 있는 농협중앙회의 법인세 대비 종부세 부담은 4% 수준이다.
■ "법인세 1% 인하보다 기업 종부세 완화 절실"=이번에 종부세를 많이 내게 된 기업들은 정부의 투기억제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애꿎은 기업들만 잡게 됐다며 사업용 토지에 대한 종부세 만큼은 완화해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 2003년말 정부는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해 법인세율을 2% 내려줬지만, 지난해부터 내고 있는 종부세 부담 때문에 세율인하의 혜택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KT와 농협과 같은 공기업의 경우 전국 각 사업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다른 기업보다도 종부세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법인세를 1% 내려주는 것보다는 투기목적이 아닌 기업의 부동산에 대한 완화조치가 더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T 관계자도 "본부 및 지점들이 시내 곳곳에 있어서 다른 업체들보다 상대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높다"며 "내년에도 부담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종부세에 대한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관광호텔업계의 한 관계자는 "객실료로 벌어들인 수익을 수백억원의 종부세로 내게 되면 경영유지를 위해 각종 이용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업계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사업용으로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토지에 대해서는 종부세의 부담을 줄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매년 과표현실화로 인해 종부세를 더 내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렇게 가다가는 호텔들이 세부담으로 인해 수익을 못 내고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사업용 토지 종부세 완화 ‥재경부, "아직 검토 안해"=이러한 기업들의 종부세 부담 완화를 위해 최근 여당의원들이 서비스 사업용 토지에 대한 과세기준을 대폭 올리고 세율도 하향조정한다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향후 3년간 한시적으로 사업용 토지에 대한 과세기준을 현행 40억원(공시가격 기준)에서 200억원으로 올리고, 0.6~1.6%의 종부세율도 0.8%의 단일세율로 적용한다는 것. 다만 적용 대상은 관광호텔 및 물류 서비스업에 국한돼 있어 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금융·공기업 등 업무 특성상 사업용 토지를 많이 가진 기업들은 그 혜택을 받지 못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아직 사업용 토지의 종부세 완화 등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재정경제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아직 사업용 토지의 종부세 완화에 대해 공식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의원 입법안으로 상정돼 있는 것 외에 정부안으로 따로 마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기업을 위해 마련해준 법인세 인하 등의 정책이 종부세 때문에 효과는 커녕 투자의 발목을 잡는다면 기업 경쟁력에 적잖은 타격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은 형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