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우크라의 러 본토 타격 허용에 개방적 신호"

바이든 행정부 내 고위 관리들의 잇단 발언은 미국이 자국산 무기를 사용해 러시아 내부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문을 연 것이라고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이러한 움직임은 유럽 동맹국들과 미국 조야(朝野), 우크라이나 관리들이 백악관에 제한을 해제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러시아가 전장에서 큰 진전을 이룬 가운데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동시에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하르키우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방어 능력에 대해 점점 더 우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폴리티코는 설명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몰도바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2년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적으로 침공한 이후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 방식의 특징은 전장의 상황이 변하고 러시아의 전쟁 방식이 바뀜에 따라 적응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변화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도 이에 적응하고 조정해왔다"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같은 날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공급한 무기를 사용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없다는 현행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적절하게 진화해왔다"고 말했다.

다만 미 행정부 내에서는 여전히 신중을 기하자는 입장도 있다. 또 다른 2명의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폴리티코에 "무기 제한 완화와 관련한 최종 결론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으며, 블링컨 장관과 커비 조정관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일반적인 지원 상황을 설명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발언이 반드시 입장 변화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으며 해당 사안은 현재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과 가까운 소식통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이 문제에 관해 미 행정부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28일 벨기에를 방문해 서방 정부들에게 무기를 사용해 러시아 영토의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호소했다.

폴리티코가 입수한 우크라이나 정부 내부 문서에서는 "미국의 무기 사용 제한은 파트너 지원의 효율성을 크게 감소시키고 노력을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은 지난 3일 키이우를 방문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반격할 절대적 권리를 갖는다"며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기 위해 영국 무기를 사용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전날 베를린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한 직후 진행된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바뀌었다"며 "우리는 무기 사용 허가를 통해 단계적으로 확전을 벌이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미사일이 발사되는 러시아 영토의 목표물에 대한 공격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숄츠 총리도 같은 날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서방 무기 사용은 국제법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마크롱 대통령의 제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옌스 스톨렌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24일 한 인터뷰에서 "너무 많은 제한을 가함으로써 우크라이나군의 한 손을 묶고 있다"고 말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28일 서방 지원 무기를 활용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에 동의한다고 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60명의 전직 관료와 학자들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에게 무기 사용 허용을 요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가 하르키우에 대한 공격을 막고 다른 전선에서도 러시아의 대규모 공격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제한을 해제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지난 2년간 우리는 러시아의 확전 위협에 인질로 잡히게 되면 러시아가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이 그 대가를 치른다는 것을 봐왔다"고 적었다.

서한을 보낸 이들 중에는 나토 통합 사령관을 지낸 필립 브리드러브 예비역 4성 장군과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 여러 명이 포함됐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