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 <사진 러시아 외교부 제공>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한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후 러시아와의 관계를 신속하게 회복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10일(현지시간) 러시아 매체 RTVI 인터뷰에서 "그러나 한국은 미국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고, 한국의 입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노선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따라서 나의 낙관론은 낙관적이면서도 제한적"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노비예프 대사는 "한국이 더 큰 독립성을 보여주기를 희망한다"며 "가장 광범위한 분야에서 한때 매우 다양하고 생산적이고 상호 유익했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국은 일시적인 관계 회복과 대러 제재 해제를 위해 야심 찬 목표를 세울 필요가 없다. 대신 관계의 추가 악화를 막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에 대한 작은 긍정적인 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문화·인도주의·인적 교류 분야의 개선, 특히 양국 간 직항 노선 복원을 지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은 미국의 군사적·정치적 동맹국이기 때문에 자유를 누릴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러·한 관계에서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우크라 사태 이후 재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며 그들은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치명적인 무기를 공급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한다고 전장 상황이 바뀌지 않고 러시아와 관계만 해칠 뿐"이라며 "이 레드라인을 넘으면 관계가 심각하고 오랫동안 손상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이 공식적으로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제시하는 '평화 공식'을 지지하고는 있지만 이 공식으로 분쟁이 종식된다고 보지는 않으며 우크라이나 관련 주제를 피하는 경향도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서는 "안정되지 않고 오히려 그 반대"라며 "지금 전개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는 우리가 이전에 관찰한 것과 비교해 볼 때 더 우려스러운 순간들이 있다"고 말했다.
우선 한미 동맹이 핵보유를 시작하고 있고 한미 군사 훈련에서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폭격기와 잠수함 등 전략 무기가 점점 더 많이 동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다자간 군사 정치 동맹을 창설하려는 미국의 행동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한미는 양자 동맹을 맺고 있지만, 이제 우리는 방공과 실시간 정보 교환 분야에서 한미일 3국 군사 훈련이 점점 더 빈번해지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지역이 현대 무기로 채워지면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상황이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확대될 위험이 커진다면서 "북한이 자기방어 능력을 계발하는 것은 자신과 영토, 체제를 지키려는 것이지 한국을 장악하려는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또 다른 기존 메커니즘, 즉 한국, 북한,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이 참여한 6자회담에 대해서는 "완전히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고 과거의 일"이라며 "6자 회담 형식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을 시나리오를 상상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