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세법 따라 납부한 세액, 전부 외국납부세액공제 되지 않아

내국법인이 중국법인으로부터 받은 지급보증수수료에 대해 중국에서 원천징수된 세액 중 조세조약이 중국에서 과세할 수 있는 한도로 정한 금액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외국납부세액공제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내국법인의 국외원천소득에 대한 구 법인세법 제57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외국납부세액공제는 한·중 조세조약상 그 소득에 대하여 원천지국인 중국의 과세권이 인정되는 범위에서 중국에 납부하였거나 납부할 세액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이와 달리 그 소득에 대하여 원천지국인 중국의 과세권이 인정되는 범위를 초과하여 중국에 납부한 세액이 있더라도 이를 외국납부세액공제 대상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결하였다.

이 사건에서 납세자인 내국법인은 중국법인에게 우리나라 또는 중국의 금융기관으로부터 받는 대출에 대한 지급보증을 제공하였다. 지급보증에 대한 대가로 내국법인은 중국법인으로부터 지급보증수수료를 받았다. 내국법인은 이러한 지급보증수수료를 중국에서 세무상 이자소득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여기에 대한 법인세를 원천징수 당하였다. 내국법인은 이렇게 중국에서 원천징수된 세액은 국내에서 납부하여야 할 법인세액에서 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과거 납부한 법인세의 환급을 청구하였다.

여기에 대해 과세당국은 먼저 지급보증수수료를 세무상 기타소득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리고 기타소득은 한·중조세조약상 국내에서만 과세권이 있으므로 중국에서 여기에 대한 법인세를 납부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결과적으로 중국에서 납부할 필요가 없는 세금을 납부하였으므로 이러한 세금은 우리 법인세액에서 공제되는 외국납부세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납세자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내국법인이 외국에서 소득을 벌면 그 외국에 법인세를 납부하여야 한다. 그리고 내국법인은 전세계 소득에 대해 국내에서 납세의무를 부담하므로 외국에서 번 소득에 대해 다시 국내에서 법인세를 납부하여야 한다. 그리고 우리 세법은 이 경우 발생하는 이중과세 문제를 회피하기 위하여 외국에 납부한 세금을 일정한 한도내에서 내국법인의 법인세액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를 두고 있다. 이를 외국납부세액공제라고 한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것은 내국법인이 중국에서 납부한 세금이 외국납부세액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우리 과세당국은 지급보증수수료는 기타소득에 해당하므로 중국에서 법인세를 납부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에서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내고 와서 외국납부세액으로 공제해 달라고 하는데,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납세자는 중국 과세당국이 지급보증수수료를 이자소득으로 보고 있으므로 한·중조세조약에 따라 적법하게 낸 세금이므로 외국납부세액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대해 우리 대법원은 기타소득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중국에 과세권이 인정되는, 한·중 조세조약 제11조 제4항의 '이자'로 분류되려면 수취인이 자금을 제공한 것에 대한 대가에 해당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지급보증수수료는 납세자인 내국법인이 중국법인에게 제공한 지급보증의 대가일 뿐, 자금을 제공한 것에 대한 대가는 아니므로 위 조세조약상 '이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중국의 과세권을 부정했다. 결과적으로 중국에서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내고 와서 외국납부세액공제를 해 달라는 납세자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소득구분은 과연 일의적인 것인가, 중국 과세당국의 한·중 조세조약의 적용에 대한 적법성 판단은 누구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과연 충분히 이루어진 것인지 다소 의문이 있다.

대법원의 판단은 한·중 조세조약에 대한 중국 과세당국의 견해는 위법하고, 우리 법원의 해석이 적법함을 당연한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체약국 간 견해가 대립하는 경우 곧바로 어느 한 국가의 견해만이 타당하다고 볼 수 있는가? 달리 볼 여지는 없는가?

양 체약국간에 조세조약의 해석에 이견이 있는 경우 상호합의절차를 통하여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건과 같은 경우, 납세자가 우리 과세당국에게 요청하거나 중국법인이 중국 과세당국에 요청하여 두 과세당국이 협의하여 한·중조세조약상 지급보증수수료를 어떻게 과세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협의해 달라는 절차가 상호합의절차이다. 이에 상호합의절차를 통한 구제를 생각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의 납세자는 상호합의절차 개시 신청을 하였고 상대방 역시 항소심 진행 중 상호합의절차가 개시되었다고 밝혔으나, 그 이후의 진행상황은 전혀 밝히지 못한 채로 해당 절차를 종료하는 효력이 있는 확정판결이 내려졌다.

그렇다면 납세자는 무엇을 더 어떻게 했어야만 이중과세 부담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일까? 양 체약국의 견해 차이로 인한 이중과세의 부담을 온전히 납세자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조세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더 불이익하게 되는 이러한 결과가 과연 온당한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서는 자신의 조세조약 해석과 다르게 외국에서 세금을 납부하더라도, 그러한 세금의 납부가 현지에서 타당한 것으로 인정되면 외국납부세액공제를 허용한다. 현지에서 세금을 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하여 현지에서 조세불복을 하는 경우도 흔히 있다. 우리 법원이 지급보증수수료에 대해 중국에서 세금을 낼 수 밖에 없는 사정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검토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법원 2024. 2. 8. 선고 2021두32248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