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조약"
푸틴 "미국 주도 제재에 맞설 것…무기한 대북 제재 뜯어고쳐야"
김 "러시아의 우크라 특별군사작전에 전적인 지지와 단결 보내"
"새로운 남북 갈등에 러시아 개입 가능성…글로벌 무기 확산 문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평양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2024.06.19 <사진 로이터>
북한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서로를 지원하는 방안을 포함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했다. 일각에서는 양측의 관계가 심화함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북한군 파견 가능성 등 전쟁 관련 협력의 문이 열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과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두 지도자는 이날 두 시간에 걸친 정상회담을 가진 후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공동 언론발표에서 "(이번 협정은) 양국 관계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획기적인 문건"이라며 양국 관계를 심화하기 위한 광범위한 목표와 지침들이 포함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의 협정은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협정은 또한 양국의 군사 분야 협력을 포함, 군사 기술 협력을 진전시키는 것을 명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도 언론발표에서 양국 관계가 "새롭고 높은 수준의 동맹으로 발전했다"며 이번 협정에 관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조약"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이날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미국 주도의 국제정책을 비판하며 양측이 함께 이에 맞설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북한에는 독립적 외교정책이 있으며 협박과 강요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 경제 패권 등을 목적으로 서방이 늘려온 제재 수단에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과 동맹국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주도하는 무기한 대북 제재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에 대해서도 비판하며 "동북아 역내 안보를 위협하는 동시에 평화와 안정성을 약화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전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 군, 인민이 주권과 안보 이익, 영토보전을 위해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을 수행하는 것에 전적인 지지와 단결을 보낸다"고 밝혔다.
이번 협정은 우려하던 북러 관계 심화를 반영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세계 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스팀슨 센터의 레이철 리 한국 프로그램 선임 연구원은 "새로운 남북한 갈등에 러시아가 개입할 가능성 외에도 북한이 계속해서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고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군사 기술을 제공한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큰 글로벌 무기 확산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NK뉴스의 채드 오캐롤 북한 전문가는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북한군 파견 가능성 등 전쟁 관련 협력의 문이 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 등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김 위원장은 러시아를 방문해 군사 협력을 논의했으며 이후 러시아가 북한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다.
한국군 당국은 지난해 11월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 말고도 휴대용 대공미사일과 단거리 탄도미사일도 지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BBC는 이번 협정이 "러시아에 레드라인을 넘지 말 것을 경고해 왔던 한국을 분노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앞서 장호진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끝내면 북한과 한국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