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재산권 소유자 아니어도 사용료 소득의 귀속 주체로 조약 적용 가능

외국법인이 그 모회사로부터 소프트웨어에 대한 재실시권을 부여받고 이를 기초로 국내법인으로부터 받는 소프트웨어 사용계약에 따른 사용료의 수익적 소유자 내지 실질귀속자가 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하급심이 "사용료 소득의 수익적 소유자 혹은 실질적 귀속자가 된다는 것은 소득의 수령자가 그 소득에 대한 사용, 수익 및 처분권한을 가지고 이를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고 반드시 자신이 고용한 직원들의 활동을 통하여 소득의 근간이 되는 지적재산권을 개발하거나 유지 및 보수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 점, … 소득금액이 귀속명의자를 거치지 않고 상위 투자자들에게 직접 송금되거나, 별다른 내부절차 없이 귀속명의자의 계좌에서 모회사로 송금되는 경우 등 '해당 소득에 대한 실질적 지배·관리 능력이 없음'을 추단할 수 있는 추가적인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점을 비롯한 제반사정에 비추어 볼 때, … 이 사건 사용료 소득에 관하여 한-헝가리 조세조약의 적용을 부인할 수도 없다"고 판단한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하였다.

이 사건에서 헝가리법인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적소유권을 소유한 미국 모회사로부터 한국 등 11개국에서의 IP 재실시권(Sub-License)를 허여 받았다. 이 재실시권에 기초하여 헝가리법인은 국내법인인 원고에게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게 하고, 그 사용료를 받았다.

원고는 이 사용료 소득에 대해 한-헝가리 조세조약이 적용되는 것으로 보아 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원천징수하지 않았다. 한-헝가리 조세조약에서는 사용료 소득에 대해 국내에 과세권이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과세관청은 사용료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를 지적재산권의 소유권자인 미국법인으로 보았다. 한미조세조약은 사용료 소득의 15%에 해당하는 법인세를 국내에서 과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세관청은 원고가 조세조약상의 이점을 활용하기 위하여 사용료 소득의 수익자를 헝가리법인으로 바꾼 것으로 보았다.

우리나라가 체결한 대부분의 조세조약은 이자, 배당 또는 사용료 소득의 '수익적 소유자'인 경우에 조세조약이 적용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8년 대법원은 소득을 지급받은 자가 타인에게 이를 다시 이전할 법적 또는 계약상의 의무 등이 없는 사용·수익권을 갖는 자를 수익적 소유자로 해석하였다.

그리고 대법원은 조세조약상 수익적 소유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바로 조세조약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사용료 소득의 수익적 소유자에 해당한다고 할지라도 국세기본법상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조약 남용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적용을 부인할 수 있다고 보았다.

즉, 재산의 귀속명의자는 재산을 지배·관리할 능력이 없고 그 명의자에 대한 지배권 등을 통하여 실질적으로 이를 지배·관리하는 자가 따로 있으며 그와 같은 명의와 실질의 괴리가 조세를 회피할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에는 그 명의에 따른 조세조약 적용을 부인하고 그 재산에 관한 소득은 그 재산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자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아 과세하여야 하는 것으로 판결하였다.

제1심은 헝가리법인이 원고가 지급한 사용료 소득의 수익적 소유자이자 실질귀속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고, 항소심과 대법원 모두 제1심의 판단을 긍정하였다.

이 사건에서 헝가리법인은 미국 모회사로부터 소프트웨어에 관한 재실시권을 부여 받아 이를 기초로 원고와 사용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만일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적재산권 자체가 사용료 소득의 기초가 되는 재산이라고 본다면 그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미국 모회사가 그 사용료 소득의 실질귀속자가 된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었다.

이에 대해 제1심은, 사용료 소득의 수익적 소유자 혹은 실질적 귀속자가 되기 위하여 "반드시 자신이 고용한 직원들의 활동을 통하여 소득의 근간이 되는 지적재산권을 개발하거나 유지 및 보수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곧 사용료 소득의 수익적 소유자 혹은 실질적 귀속자가 되기 위하여 반드시 그에 관한 지적재산권 자체를 보유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지적재산권 자체를 보유하지 않더라도 재실시권만을 기초로 사용계약 상대방에게 소프트웨어의 사용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제1심의 판단은 지극히 타당하다.

한편, 제1심은 재실시권 자체가 소득의 근간이 되는 재산이 될 수 있음을 전제로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사용료 소득과 재실시권의 관계에 관해 직접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대법원 2024. 1. 12.자 2023두55450 판결(심리불속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