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토양 매개 기생충 검출, 열악한 보건환경 방증”
구멍 뚫린 바지·옷감 덧댄 장갑, 어려운 생활상 보여줘
‘수령 교시’ 훼손 문건, 주민들의 반감 반영
◆…2일 군인이 인천 중구 인천기상대 앞에 떨어진 북한 오물풍선 잔해를 화학 탐지 장비로 확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일부가 24일 대남 오물풍선 70여개를 분석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오물에 포함된 토양에서 회충, 편충, 분선충 등 기생충이 다수 발견됐다.
일반적으로 토양을 매개로 하는 기생충은 화학비료 대신 인분을 사용하는 환경이나 생활환경이 비위생적일 때 발생하는 것으로, 그만큼 보건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일부는 오물풍선에 담긴 토양이 소량이고 군에서 수거·관리했기 때문에 토지 오염이나 감염병 등 우려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여러 번 꿰맨 양말, 구멍 뚫린 유아용 바지, 옷감을 덧대 만든 장갑과 마스크 등 북한의 어려운 생활상을 보여주는 물건들도 다수 나왔다.
오물에서는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대원수님 교시'라고 적힌 문건 표지가 반으로 잘린 것, '조선로동당 총비서로…'라고 적힌 종이 등 김정일·김정은 우상화 문건이 잘린 채 발견되기도 했다.
북한에서 '수령 교시' 문건을 훼손하는 것은 중죄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오물 살포에 일반 주민들도 동원된 것을 파악하고 있다"며 "긴급한 동원에 따른 결과 북한 주민들의 오물 살포에 대한 반감 및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물풍선에서는 또 과거 국내 업체가 북한에 지원한 넥타이, 청재킷 등 의류를 가위나 칼로 자른 것 같은 천조각도 발견됐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대북 전단 문제에 대한 극도의 반감을 표출하기 위해 과거에 지원받은 물품을 고의로 훼손해서 살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은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반발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9일까지 4차례에 걸쳐 1600여개의 오물풍선을 남쪽으로 날려 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