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석 교수, '알기 쉬운 조세법체계로의 개편방향' 발표
복잡한 세법을 알기 쉽게 개편하기 위해 각 개별세법에서 중복돼 있는 규정들을 국세기본법에 일괄적인 규정으로 통합하고 개별세법 조항은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19개 내국세법 항목을 하나의 법률로 간소화하거나 성질이 유사한 세목끼리 통·폐합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완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11일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한국조세연구원 주최로 열린 '알기 쉬운 조세법체계로의 개편방향' 토론회에서 "현행 세법은 지나치게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납세의무자와 과세관청을 위해 알기 쉽게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김 교수는 "알기 쉬운 세법은 납세자의 자발적 납세 순응도를 높이고 납세비용 및 과세관청의 조세행정비용을 현저하게 감소시킬 수 있다"며 "복잡하고 어려운 세법을 알기 쉽게 고치는 작업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초석을 놓은 것이기 때문에 꼭 필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 개별세법의 '질문검사권' 국세기본법에서 일괄 규정해야
김 교수는 "1세목 1세법 체계인 현행 세법에는 규정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세법의 분량이 방대하다"며 "개별세법에서 공통적으로 규율하고 있는 중복적 규정에 대해서는 국세기본법에서 일괄적인 규정을 두는 대신 개별세법 조항은 삭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개별세법에서 중복돼 있는 질문검사권에 관한 규정, 과세자료의 제출, 비밀보호 및 유지, 확정절차, 납부·징수 및 환급, 납세관리인, 법인격 없는 단체, 실질과세의 원칙, 장부의 비치·기장, 사업자등록 등을 국세기본법에서 일괄해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
특히 김 교수는 "19개에 이르는 내국세법의 모든 세목을 하나의 법률로서 규율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1세목 1세법주의에서 야기되는 중복규정을 줄이고 세목간의 형평 및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 교수는 "장기적으로 볼 때 단일법전으로 제정하는 방안이 바람직하지만 그 작업량이 방대하고 오랜 작업기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충분한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며 "중·단기적으로는 개별세법을 유사한 세목끼리 통·폐합하고 내국세에 관한 통칙법은 단일법전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소득세법·법인세법·부당이득세법을 '소득세법'으로, 부가가치세법·특별소비세법·교통세법 및 주세법은 '소비세법'으로 통·폐합하고, 국세기본법·국세징수법·조세범처벌법·조세범처벌절차법·과세자료의 제출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통합해 '국세통칙법'으로 제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그는 "법문의 표현을 정확하게 하고 불확정 개념의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며 "긴 조문은 분리해 2개 이상의 조문으로 나누고 장문은 2개 이상의 문장으로 나누는 등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시행령에서는 미국의 연방세법시행령과 같이 예시규정 및 사례를 많이 두도록 하고 개관규정, 산식, 표 및 흐름도 등을 활용해 세법수요자의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와 함께 지방세법과 지방세조례와의 관계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지방세조례의 위임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조세범처벌법을 준용하게 돼 있는 지방세범 관련 처벌규정을 지방세법에서 별도로 규정해 죄형법정주의 및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 세법개편 상설기구 설치·충분한 예산 뒷받침 필요
이날 토론회에서 김 교수는 세법 개편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들도 제시했다.
김 교수는 "현행 세법의 형식 및 체제상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과세의 형평성과 정책목적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세법의 내용 및 실체적인 조세제도의 복잡성을 단순화하는 한편, 목적세를 일반세로 흡수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세법개편을 위해 전문성을 갖춘 정책입안 공무원, 세무공무원, 조세법학자, 재정학자,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국어학자 등의 전문인력으로 이뤄진 상설 전담기구와 별도의 자문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그는 "세법개편작업은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5년 이상의 장기적인 과제로 꾸준히 수행하지 않으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며 "전문인력도 많이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예산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