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매입은 납품업자가 백화점에 반품조건부로 납품하면서 납품한 상품이 판매된 후 판매가격에서 백화점 등의 귀속마진을 차감한 금액을 납품대금으로 받는 판매형태. 우리나라 대부분의 백화점이 이 형태로 납품업자와 거래하고 있다.
특정매입과 관련한 회계처리는 회계기준원이 지난 2002년 '위탁판매'로 봐 순액주의에 따라 백화점이 판매할 때 수익을 인식했다가, 뒤늦게 한발 후퇴해 '위험과 효익에 대한 실질'에 따른 판단을 통해 총액주의회계처리도 일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의 경우는 특정매입의 경우는 90일 이내의 반품하는 경우는 '순액주의'로, 90일을 넘겨 백화점이 반품을 하는 조건일 땐 총액주의에 따라 백화점 납품시기에 수익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등 같은 회계기관 사이에도 잣대가 제각각이다.
국세심판원은 11일 "최근 A의료업체가 백화점 등을 통해 판매한 의류를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백화점 등이 최종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시점'인 순액주의로 처리를 했는데, 국세청이 손익은 '백화점에 의류를 납품하는 시점'에 인식해야 한다고 과세를 했다며 제기한 심판청구 심리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심판원에 따르면 A회사는 제조한 의류를 백화점등에 납품하고, 납품된 의류가 최종소비자에게 판매되면, 판매마감일로부터 40일 이내에 판매가격에서 백화점등의 귀속 마진을 차감한 금액을 납품대금으로 받기로 약정했다. 재고의 반품은 의류가 계절상품인 특성을 감안, 90일 이내 이뤄지도록 하는 약정도 체결했다.
A회사의 회계처리는 지난 2003년 1월 1일부터 적용된 회계기준원의 회계기준서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특정매입에 따라 A회사는 백화점등에 의류를 납품하는 시점을 매출시기로 봐 총액주의에 따라 매출액을 인식했던 것.
그러나 2003년 이후 법인세 신고를 할 땐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백화점이 최종소비자에게 의류를 판매하는 시기'를 매출시기라고 봐 백화점에 납품된 의류 중 판매되지 않은 연말재고를 기준으로 법인세를 신고한 것이 화근이 됐다.
국세청이 올 초 A회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백화점 진열장 안에 있는 재고상품은 총액주의에 따라 이미 판매된 것이고, 이를 재고로 본 것은 매출누락"이라며, 지난 3월 2003년에서 2004년까지의 재고분에 대한 법인세 11억1300여만원을 부과했던 것.
국세심판원은 결정문(국심 2006서1659. 2006. 11.6)에서 "A회사는 백화점 등에 의류를 인도하는 시점에 매출로 봐 부가가치세를 신고 납부했고, 백화점 등의 발주의뢰서나 매입전표에 의해 납품수량이 결정되고 있었다"고 사실관계를 밝혔다.
이와 함께 A회사 제품과 관련해선 백화점 등에서 일일 판매대금을 백화점 등의 수입으로 입금처리되고 있는 데다, A회사가 자기의 계산과 책임하에 백화점 등의 매장 내에 진열된 상품을 관리하거나 판매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는 것.
이에 따라 심판원은 "A회사와 백화점 등과의 거래는 '위탁판매 또는 대리인에 의한 판매'라기 보다는 '실질적인 매매거래'로 해당된다고 봐야한다"며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대해 백화점업계는 "국세심판원이 실질거래로 본 근거가 바로 백화점업계가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는 '특정매입을 총액주의에 따라 회계처리해야 한다'는 내용"이라며 "국세청 세무조사만 이뤄진다면 A회사와 같은 피해자는 속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무회계가 기업회계와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는 것일지라도 회계기준원과 금융감독원, 국세청이 거래의 실질을 보는 눈이 제각각인 것이 문제"라며 "정부정책에 따르려는 선량한 기업이 더 이상 피해보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