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센터, 상장사 지배구조 보고서 분석 "규모 작을수록 준수율 저조"
'집중투표제 채택' 준수율 최저…'현금배당 예측가능성 제공'은 17% 불과
◆…기업 규모별 핵심지표 준수율 추이. (삼일PwC 제공)
올해 코스피 상장기업의 핵심지표에 대한 평균 준수율은 지난해(62%)보다 하락하며 절반(5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핵심지표 준수율은 상장사 규모별로 큰 편차를 보였다. 자산 5천억 원 이상 1조 원 미만 상장사의 준수율이 36%에 그친 반면, 자산 2조 원 이상 준수율은 63%를 기록했다.
삼일PwC 거버넌스센터(센터장 장온균)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거버넌스 포커스' 제25호를 최근 발견했다고 16일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 5월 말까지 공시된 자산 5천억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비금융업) 488곳의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를 분석하고, 핵심지표 준수 현황과 주목해야 할 시사점을 소개했다. 올해부터 연결재무제표 기준 자산총액 5천억 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는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주주, 이사회, 감사기구 등 세 가지 항목에 대한 15개 핵심지표 준수 여부를 공시하도록 돼있다.
먼저 보고서에 따르면 핵심지표 준수율은 전반적으로 전년 대비 하락했다. 지난해 62%를 기록했던 평균 준수율은 올해 50%로 하락했다. 규모 별로 살펴보면 지난 4년간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던 2조 원 이상 기업의 핵심지표 준수율이 올해 처음 감소했으며, 의무공시 세 번째 해인 1조 원 이상 2조 원 미만 기업도 전년 대비 준수율이 감소했다. 특히 올해 처음 공시가 의무화된 5천억 원 이상 1조 원 미만 기업의 준수율은 36%에 그쳐, 상장사 규모가 작을수록 준수율이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핵심지표 준수율이 악화된 것은 가이드라인 개정에 따라 핵심지표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까지 준수율이 가장 높았던 지표 2개가 제외되고, 이번에 신규 추가된 '현금배당 관련 예측가능성 제공' 항목과 변경된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여부' 항목의 준수율이 저조한 영향이 컸다. 그러나 신규 및 변경 지표를 제외해도 평균 준수율은 전년 대비 1% 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항목 별로는 '집중투표제의 채택 여부'가 가장 낮은 준수율을 보였다. 이 항목에 대한 2조 원 이상 기업의 준수율은 5%, 1조 원 이상 2조 원 미만 기업은 1%, 5천억 원 이상 1조 원 미만 기업은 2%에 불과했다.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도입 논의가 활발하지만, 헤지펀드 등 투기 세력에 의한 경영권 공격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 목소리도 높아 준수율 개선이 더딘 항목이다. 이어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인지 여부', '주주총회 4주 전에 소집공고 실시' 등이 매년 낮은 준수율을 보였다. 올해 신규 추가된 항목인 '현금배당 관련 예측가능성 제공'도 평균 준수율이 17%로 매우 낮았다.
장온균 삼일PwC 거버넌스센터장은 "핵심지표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해서 기업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지속적으로 준수율이 낮은 항목은 원인 분석과 함께 해당 지표의 제정 취지에 부합하되 회사 상황에 맞는 대안적인 지배구조 장치를 적극적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부터 적용된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의 개정 가이드라인은 주주권리 보호와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세부 원칙에 '배당 예측 가능성 제고',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 소통 강화' 등이 추가됐다. 투자자가 예상 배당금을 알고 투자하도록 해 한국 증시의 저평가 현상(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하자는 취지가 반영됐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서도 주주환원 확대가 기업가치 제고의 주요 수단으로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현금배당 관련 예측가능성을 제공한 기업은 평균 17%에 불과했고, 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을 연 1회 이상 주주에게 통지한 기업도 평균 41%에 그쳤다. 후자의 경우 자산 2조 원 이상은 64%, 1조 원 이상 2조 원 미만은 28%, 5천억 원 이상 1조 원 미만은 20%로 나타나 기업 규모별로 상당한 차이를 드러냈다. 이에 대한 미준수 사유로는 당기 영업적자나 배당가능이익 부재가 주로 제시됐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중장기적 관점의 배당정책 수립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 센터장은 "기업지배구조 개선 계획을 수립하고 투명하게 소통하는 일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하며 "기업은 핵심지표만을 준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거버넌스 포커스 제25호'에는 △전사적 위험 관리 감독을 위한 이사회 가이드 △이사회 책임을 중심으로 설명한 ESG와 회사법에 대한 특별 기고문 △삼일PwC 거버넌스센터에서 제공하는 이사회 구성원을 위한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소개 △삼일PwC 거버넌스센터가 발간한 감사위원회 스마트 가이드 소개 등이 수록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