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경, "중징계 사안 아니다"이의신청…세무사회, "이의신청 대상 아니다"
세무사회(회장 임향순)가 최근 세경세무법인(대표 유찬영 세무사, 이하 세경)에 대한 중징계를 자체 의결해 재경부에 징계요구서를 제출한 가운데 세경측이 징계요구의결에 대한 이의신청을 냈으나 세무사회가 이를 반려하는 등 두 단체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20일 세무사회, 재경부 등 관계기관에 따르면 세무사회 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세경세무법인 및 대표세무사(유찬영 세무사)에 대해 각각 등록취소와 등록취소 또는 직무정지 2년의 징계양정을 재경부 세무사징계위원회에 요청했다.
윤리위원회가 의결한 징계 혐의는 ▲법인구성원 미달 ▲분사무소 설치 미신고 ▲사건전담자 분사무소 근무 ▲협력의무위반 ▲세무대리기록부 미작성 및 미비치 ▲문제소지가 있을 수 있는 자본금, 수입금액누락, 손해배상준비금 등 관련자료 제출요구 불이행 ▲세무사의 품위실추 및 타인으로 하여금 오신케 함 ▲타 회원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 등 총 8개 항목.
그러나 법적 근거가 모호한 세무법인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윤리위원회는 "세무법인도 세무사법 제16조의16(준용규정)에 의거 위반사항에 대해 세무사와 동일한 적용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세무사회는 윤리위원회의 결정사항을 세무사징계권을 쥐고 있는 재경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윤리위원회가 의결한 징계사유가 등록취소·직무정지 등 중징계를 당할 합당한 근거가 미비하다는 점에서 세무사회의 징계결정이 '마녀사냥'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논란 속에 업계 전체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두 단체의 대립은 사실상 업계의 근저를 이루고 있는 '저가기장료 책정'에 대한 진실게임 양상까지 띠며 혼돈 속으로 파고들 태세다.
□ 세무사회, '세경세무법인' 왜 조사했나=세무사회 업무정화조사위원회(이하 정화위)가 세경세무법인을 조사한 것은 지난 5월 경. 정화위는 무려 10여명의 조사원들(현직 세무사들)을 세경 본사에 보내 강도 높은 조사를 실시했다.
정화위는 세경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자기입력-추후확인' 형식의 세무대리 솔루션 개발을 통해 기장료를 2∼3만원대로 책정한다는 내용의 광고물을 배포한 부분 등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세경 측이 조사사유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등 조사원들과 미묘한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조사착수 전부터 세경의 저가기장료 홍보에 대한 다수 회원들의 항의와 강력한 조사요청이 접수되는 등 감정의 골이 깊었다"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과대광고해 여타 회원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말했다.
□ '저가기장료 책정'이 조사의 직접적 이유?=세경과 세무사회의 갈등은 사실상 '저가기장료 책정'에서 비롯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세무사회 게시판에는 간간이 세경의 기장료 책정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들이 게시되기도 했다.
특히 세경 측이 국민은행과의 제휴를 통한 '부대서비스'형태의 기장대행으로 기장료 인하를 실현한 것에 대한 업계의 우려의 목소리가 정화위 조사와 강도 높은 징계로 연결 지어졌다는 분석인 것.
게다가 정부의 성실납세제 도입의 모토인 전자적 방식의 '자기기장·사후확인' 형태의 세무 솔루션 개발로 인해 기장료(사실상의 솔루션 프로그램 사용료) 인하는 갈등의 기름을 부어 버린 형국이 됐다.
이와 관련해 세경 측은 "사업자 자신이 복식부기를 원칙으로 장부를 작성하면 이를 사후확인해 세무신고를 종결할 수 있는 방식"이라며 "세무사들이 일일이 증빙을 수거, 장부를 작성해 기장료(10만원 수준)를 받는 것이 아니고 납세자 본인이 직접 입력한 것을 세무사들이 추가로 확인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기장료 덤핑'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무사회가 의결한 세경과 유찬영 세무사에 대한 징계사유 중 저가기장료 책정과 관련한 사유는 빠져 있다는 점에서 세경의 저가기장료 책정의혹은 단순히 갈등의 발단만을 제공한 것에 불과한 셈.
그럼에도 이 같은 강도 높은 징계양정을 결정, 건의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세무사들의 수입기반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세무사회의 '괘씸죄' 적용이 직접적인 사유가 됐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 세경측 이의신청 제기, "각서 쓰면 상생하겠다더니 징계"=세경측은 최근 세무사회가 제시한 징계사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 내용을 담은 이의신청서를 공식 제출했다.
세경측은 이의신청서를 통해 "정화위 조사의 형식상 명목은 세무사법 위반이라 했지만 실제로는 세무사회 게시판에 기장료와 관련된 회원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희생양'으로 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경측은 이어 "윤리위원회 심사과정에서도 세무사법 위반행위보다는 저가기장 의혹에 따른 회원들의 불만에 더 신경을 쓰는 분위기였고 급기야 윤리위는 세무사법 위반사항에 대한 각서를 제출하면 더 이상 문제삼지 않을 듯한 태도를 보여놓고 중징계를 결정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을 담은 세경측 이의신청에 대해 세무사회는 "이번 징계사항은 이의신청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정리, 반려했다.
이에 대해 세경측은 세무사 회칙을 재검토한 후 재차 이의신청을 낼 것으로 전해졌다.
□ 징계결정권 틀어 쥔 재경부는?=한편 징계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재경부는 현재 세무사회에서 제출한 세경과 유찬영 세무사에 대한 징계요구서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부는 특히 세경과 유찬영 세무사에 대해 세무사회가 의결한 혐의내용이 중징계를 받을 만한 뚜렷한 사안에 속하는지 여부와 회칙에 명시된 이의신청 절차 등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징계요구서가 제출됐다는 점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