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에 약한 트럼프?…"푸틴, 트럼프 자존심·불안 이용해 쉽게 조종"

맥매스터 前백악관 안보보좌관 회고록 "임기 내내 러 문제로 부딪혀"

트럼프, 푸틴 비판 거부해…"푸틴, 트럼프 조종할 수 있다 여겨"

볼턴 前보좌관 "北김 위원장 등 적대국 지도자 트럼프와 독대 요청"

"트럼프 재선 집착 인지해 이용…비위 맞춰 원하는 것 얻어내"

트럼프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던 허버트 맥매스터 전 보좌관이 회고록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존심과 불안감을 이용해 그를 쉽게 조종했다고 밝혔다.

21일(현지시간) 영국 더가디언은 오는 27일 출간되는 맥매스터 전 보좌관의 회고록 사본을 입수, 푸틴 대통령이 자존심과 불안감을 이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조종했고 결과적으로 그가 임기 내내 러시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457일간의 안보 보좌관 재직 기간을 회상하며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푸틴과 러시아 문제에 있어서 대통령과 반대 의견으로 부딪혀야 했다"라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혐의에 관해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뮬러 특별 검사관은 뮌헨 안보 회의에서 미국 대선 선거 개입 혐의로 12명 이상의 러시아 요원을 기소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의 개입으로 선거 결과가 바뀌거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2018년 3월 러시아 정보당국이 이중간첩이었던 세르게이 스크리팔 러시아 전 정보원과 그의 딸을 영국 솔즈베리에서 노비초크로 독살한 사건이 발생하자 영국을 포함한 서방 지도자들이 강력한 대응을 경고한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침묵하는 대신 당시 뉴욕포스트에 실린 "푸틴이 트럼프를 칭찬하고 미국 정치에 불만을 표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고 흡족해 했다고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회상한다.

그는 회고록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영향력 아래에 있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끝내 이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거부했으며 이로 인해 맥매스터 전 보좌관이 해임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푸틴이 트럼프에게 얼마나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시작되는 2017년 2월부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4월 트위터로 그의 해임을 통보했다.

이후 임용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또한 회고록을 통해 적대 국가의 지도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조종해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고 밝힌 바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 2020년 회고록 출간을 앞두고 트럼프 임기 당시 러시아와 중국 정상이 배석자 없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독대하기를 요청했다며 "트럼프의 비위를 맞춰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임기 중 두 차례 이뤄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도 김 위원장의 요청으로 단독 회담 형식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푸틴은 트럼프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긴다"며 "적대국의 지도자들이 트럼프가 재선 승리에 집착하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만큼 쉽게 그를 이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