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기준금리 인하 시사...구체적 시점과 인하 폭 언급 안해

"지표·경제전망에 따라 금리인하 결정"

"더 이상의 노동시장 냉각 원치 않아"

"강한 노동시장 유지와 물가안정 중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금리를 인하할 때가 왔다"며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지만 시기와 인하 폭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23일(현지시간) 오전 8시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심포지엄 기조연설을 통해 "물가 상승 위험은 줄어든 반면 고용 위험은 증가했다. 통화정책을 조정해야 할 시기가 왔다. 금리 인하의 시기와 속도는 지표, 경제 전망, 위험의 균형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설은 인플레이션율이 연준의 목표치인 2%에 아직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인플레이션 둔화세 지속이 확인된 가운데 이루어졌다. 지난 2022년 6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를 넘어서면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022년 3월부터 2023년 7월까지 11차례에 걸친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최근 인플레이션은 2.5%대까지 하락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상승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상품 수요의 급격한 증가, 공급망 차질,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인상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연준에 대한 신뢰와 인플레이션이 둔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게 했다"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둔화세를 보이면서 연준이 물가 안정과 완전고용이라는 두 가지 책무에서 똑같이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크게 하락했다. 노동 시장은 더 이상 과열되지 않았고 노동력 공급도 정상화되었다"며 "우리의 두 가지 책무에 대한 균형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실업률 상승과 관련해선 "경기 침체의 결과라기보다는 노동력 공급 증가와 고용 속도 둔화 때문"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강력한 노동 시장을 유지하면서 물가 안정을 회복하고 급격한 실업률 증가를 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7월 실업률이 4.3%를 기록하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고용시장에 대해서는 "추가 냉각을 바라지도 환영하지 않는다"면서 "정책을 적절하게 조절하면 강력한 노동 시장을 유지하면서 2% 인플레이션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관측했다.

시장은 9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통화정책 완화 시작 시점과 얼마나 내릴 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을 얻진 못했다.

글렌 스미스 GDS웰스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는 로이터에 "이번 금리 인하가 일회성으로 끝날지 아니면 인하 사이클의 시작이 될지 여부는 향후 2~3개월 동안의 경제 지표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경제 지표가 둔화되긴 했지만 이는 경기 침체와는 매우 다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코페이의 칼 샤모타 수석 시장전략가는 "정책 입안자들 사이에서 노동 시장의 방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며 "여러 차례의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 실제로 도움이 되고 있다"고 관측했다.

파월 의장의 연설 직후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고 국채 수익률은 급격히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