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중부지방국세청의 세원관리국장 자리는 지난 7월 28일 공석이후 다섯 달이 다 돼가도록 아직까지 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으며, 국세청 전산정보관리관 자리는 공석 석 달이 지난 뒤에야 임명이 되는 등 비워진 자리마다 1-2달 공석은 예사였다.
자리를 채우더라도 절차가 너무 복잡해 신축성 있는 인사가 어렵고, 내부에 적임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외부에서 사람을 찾아야 하는 등 적재적소의 인사가 참으로 어려운 한해였다. 연중 5개월 동안 국장이 없을 바에야 아예 그 자리를 없애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선 국세청이 새로운 고위공무원단제도 도입에 미처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과 함께, 국세청의 특성에 비춰 고위공무원단제도가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툭하면 국장공석…조직운영 제대로 되겠나
지난 7월 고위공무원단제도가 시행된 지 채 한 달이 안 돼 국세청은 외부에 개방해야 할 14곳 중 7곳의 문호를 개방, 스스로 고공단제도 성패의 첫 실험무대에 올랐다.
고공단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을 때 국세청은 개방형직위인 ▲서울청 납세지원국장(6월 28일)을 시작으로 ▲국세청 감사관(7월 20일), 7월 27일 ▲국세청 전산정보관리관 ▲중부청 납세지원국장 ▲중부청 세원관리국장, 8월 3일 ▲국세청 납세지원국장과 공모직위인 ▲국세공무원교육원장을 각각 공모했다.
그 결과 맨 처음 공모한 서울청 납세지원국장으로 김영근 국장이 공모 한달여 만인 8월3일 임명, 일견 고위공무원단제도는 무리가 없이 시행되는 듯 했다.
또 김기주 감사관이 7월 20일 공모한 지 한달 보름만인 9월 11일 임명되고, 8월 3일 공모한 납세지원국장자리는 재공모를 거쳐 허장욱 국장이 2달이 지난 10월 20일 임명됐다. 전산정보관리관은 7월 27일 공모를 한번만 했음에도 석달쯤 지난 10월 20일 민간인인 이철행 국장이 임명장을 받았다.
그러나 7자리 공모 중에 4자리만 채워졌을 뿐 ▲중부청 납세지원국장(7월 27일 최초공모, 9월 19일 재공모, 10월2일 3차공모, 10월 31일 4차공모) ▲중부청 세원관리국장(7월 27일 최초공모, 9월 11일 재공모, 10월2일 3차공모, 10월 31일 4차공모)를 하고도 아직 임명을 못하고 있다.
아울러 국세공무원교육원장자리 역시 지난 8월 3일 최초공모가 이뤄진 이래 9월 11일 재공모, 10월2일 3차 공모를 했지만 아직 임자를 못 만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중부청 납세지원국장과 국세공무원교육원장은 공모전의 국장들이 자리를 보전하고 있지만, 중부청 세원관리국장은 1년의 절반이 가까운 5달 째 공석이어서 종합부동산세와 연말정산과 관련해 사령탑이 없어 많은 문제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국세청 안팎에서는 "국세청을 기준으로 볼 때 제도 시행 반년이 돼가는 현재 고공단제도는 낙제점도 주기 어렵다"며 "이래 가지고서야 어떻게 집행기관들이 조직운영을 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들이 쏟아지고 있다.
■ 국세청에 고공단제도 다시 생각해야
국세청 일각에서는 고공단제도와 관련해 국세청이 인사상 어려움을 겪는 이유와 관련 '인사의 시기를 놓쳤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6월 27일 이주성 前국세청장의 갑작스러운 퇴진은 최철웅 국장(7월 25일)에 이어 7월 28일 정민 국장 및 홍철근 국장의 퇴진과 8월 16일 차태균 국장의 퇴진으로 이어졌고, 이를 예측할 수 없었던 국세청으로서는 고공단제도와 관련해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이들이 6월 이전에 퇴진했더라면 국세청으로서는 고공단제도 시행 전에 공모대상 국장자리를 채울 수 있었고, 갑작스럽게 무더기로 공모를 하는 어려움은 겪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세청이 고공단 시행초기부터 개방·공모직위의 절반을 공모하다보니 중앙인사위원회의 시범케이스에 걸릴 수밖에 없었고, 인사위로서는 가급적 많은 직위를 외부에서 채워야 고공단제도의 성공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사시기가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고도의 행정경험과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국세청에는 고공단제도가 맞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세금은 거위의 털을 뽑 듯 해야 한다'고 유럽의 한 재상이 얘기한 것처럼 국세청 간부직위는 숙련된 세정경험과 전문적인 세법지식을 필요로 하는데, 이런 요건을 갖춘 인물을 외부에서 충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이에 따라 국세청 안팎에서는 "국세청은 본질적으로 뚜렷한 대가 없이 국민의 재산권을 간섭하는 기관이어서 간부들의 자질이 어느 기관보다 중요하다"며 "국세청을 고공단제도의 시범케이스로 삼는 것은 국민의 재산권을 가지고 위험한 시험을 하는 것과 같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 고공단제도 아니라면 국세청 인사는 대체로 합격점
고위공무원제도만 아니라면 올 한해 전군표 국세청장은 자신에게 주어진 인사권을 적절히 행사, 대체로 합격점에 가까운 인사를 하고 있다.
그는 7월 18일 취임식에서 "조직의 경쟁력 확보에 있어 능력과 성과중심의 인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 임용구분, 나이, 지연, 학연은 더 이상 인사의 중요한 잣대로 삼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는 특히 "9급이나 8급에서 출발하더라도 최고의 위치까지 오를 수 있는 길을 반드시 열어 가겠다"며 "기관장 책임 하에 발탁인사를 실시하고, 불공정하고 정실이 개입된 인사를 하는 관서장에게는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그는 9급 출신 박찬욱 국장을 서울지방국세청장에 임명하고 서기관 및 사무관 승진인사에서 과감한 발탁인사를 단행하는 등 자신이 약속한 점을 상당수 이행하고 있다.
또 사무관 및 서기관 승진인사는 물론 연말 고충인사까지 국세청 개청이래 최대규모로 단행하는 등 직원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인사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아울러 사무관 승진에서 제외했던, 경험 많은 53년 이전 출생자에 대해서도 구제를 약속하고 있다.
■ 말단출신 국장 부족…못내 아쉬워
국세청에는 7급과 9급 출신 직원들이 전체 직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또 세정이라는 특성 자체가 오랜 경험과 노하우, 전문지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국세청 간부들 중에는 말단직원 출신들이 특히 많았다.
그러나 올 연말 말단에서 시작해 특별승진으로 올라온 대표주자인 박찬욱 서울지방국세청장과 홍성욱 서울청 조사3국장이라는 쌍두마차에서 홍 국장이 명예퇴직, 박 청장 한 명만 유일하게 자리를 지키게 됐다. 특별승진 출신 간부의 씨가 마르게 된 것.
이는 불과 수년 전 조직에 섞이지 못하면서도 말도 안되는 성과를 특히 자랑했던 외부영입 국세청장이 내부 사정을 잘 모른 채 특별승진 출신 간부들의 기용을 기피, 특승출신 간부의 허리를 약화시키면서 예견됐던 일.
그러나 국세청 직원들은 "아직도 늦지 않았다"며 "현재의 과장들 중에 능력이 있는 사람을 과감히 발탁, 직원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줄 것"을 강력 희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