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빙하기 장기화에도…"경기침체 아니면 추가 조정 폭 제한적"

신한투자證, '기술주 조정기' 관련 보고서..."기술주 로테이션에도 매도 실익 작다"

"韓·美 반도체, 강도 높은 가격 조정 겪으면서 30%대 밸류에이션 하락 중"

"작년부터 이어져온 반도체 강세론, 최근 들어 각각 의구심 받는 모양새"

"AI, 게임 체인저 여부에 따라 모든 의구심 해소 여부도 결정될 것"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주가 하락에 이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미 반도체 기업의 빙하기가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 경기 상황은 기술주 및 반도체에 우호적이지 않으며, 기술주 로테이션 가능성에도 매도 실익은 작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한투자증권 노동길·오강호·김형태 연구원팀은 10일 보고서에서 "거시경제(매크로)와 통화정책 환경을 고려하면 기술주 로테이션 과정이 당분간 더 지속될 수 있다. 다만 경기가 급격히 침체에 빠지지 않는다면 추가 조정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노동길 연구원은 "미국 S&P500 및 국내 코스피200 반도체는 강도 높은 가격 조정을 겪으면서 밸류에이션 하락은 30%대를 기록 중"이라면서 "주도주 밸류에이션은 과거 닷컴 버블 당시와 비교했을 때 낮다. AI 잠재력은 생산성 개선 여부로 확인할 수 있지만 현재 국면 판단은 이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스피는 이 과정에서 수급 요인으로 펀더멘털(기초체력)보다 더 크게 하락했다"면서 "방어와 베타, 두 가지 전략이 필요한 구간"이라고 부연했다. 베타는 전체 시장 변화에 대한 민감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특정자산의 가격 변동과 전체 시장 간의 관계를 정량화해 투자의 변동성 또는 시스템적 위험을 나타내는 통계적 척도를 의미한다.
노 연구원은 반도체 강세론 배경을 ▲AI 중심 구조적 투자가 전체 반도체 수요 확대 견인 ▲세트 교체 주기 도래 및 내구재 소비 회복 기대 두 가지를 꼽았다. 그러면서 "작년부터 이어져왔던 반도체 강세론 배경 한 축은 거시경제(매크로) 회복 기대가 자리했다"면서 "앞선 두 가지 반도체 강세론은 최근 들어 각각 의구심을 받는 모양새"라고 부연했다.
 
그는 "반도체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 여전히 예상치를 상회하는 호실적을 기록한 바 있었지만 현재 AI는 초과 공급 우려(과투자)에 직면하고 있다"며 "문제는 하반기 기업 전망으로 기업 자체 실적 전망이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며 AI 전망에 의구심이 싹트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거시경제 회복 기대도 약화하는 상황이다"라며 미국 고용지표 경고음, 빠른 실업률 상승 속도, 수요 한 축을 담당할 중국 소비 경기의 여전히 느린 회복세 등을 꺼내들었다. 그러면서 "거시경재 상황은 분명 당초 기대를 하회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수요 우려는 7월 중순 이후 주식시장 기간, 가격 조정을 유발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긍정적인 요인으로 AI 수익화 지역에도 빅테크 중심 데이터센터 투자 확장 국면을 꼽았다.

노 연구원은 "비메모리 업체들의 호실적과 AI향 가이던스 상향 흐름은 최근에도 지속 중"이라면서 "특히 IT 수요를 직관적으로 파악 할 수 있는 대만 밸류체인 하반기 월별 실적 흐름이 우호적으로 관찰된다"고 설명했다. 8월 및 3분기 TSMC 실적에서 전년대비 강세를 확인할 수 있다면 AI 서버, 스마트폰 업황에 갖는 우려를 점진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거시경제 회복 우려와 별개로 올해 핵심 IT디바이스인 스마트폰은 회복 구간에 진입했다"면서 "업황 회복은 단기 교체 수요라기보다 패러다임 변화로 판단하며, 근간에는 AI 신제품 수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IT디바이스 수요가 변곡점에 진입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노 연구원은 반도체 의구심에 있어 핵심은 AI라고 봤다. AI가 게임 체인저이냐 아니냐에 따라 모든 의구심을 일거에 해소할 수도, 해소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확인하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노 연구원은 투자전략 관점에서 볼 때 기술주 로테이션에도 반도체 매도 실익은 그리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그는 "기술주에 쏠렸던 이익 모멘텀은 정점을 지나고 있기 때문에 투자전략 관점에서 주도주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업종과 반도체간 갭을 메우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미 가격 조정을 상당 부분 겪었다"며 "미국 반도체 PER은 고점 대비 31% 하락했고, 코스피200 반도체 12개월 선행 PBR도 33.5%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 반도체 조정은 강도 높은 경기 둔화 가능성을 이미 반영한 수준"이라면서 "기업이익이 개선 중인 상황에서 과거 추가조정은 제한적이었다"며 "기술주 로테이션 가능성에도 반도체 매도 실익은 작다"고 강조했다. 
노 연구원은 기술주의 경우 제약적 금리 상황에서도 투자활동에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았지만 투자활동 재원인 매출 전망으로 인해 이젠 의구심이 자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기 상황은 기술주 및 반도체에 우호적이지 않다"면서 "미국의 8월 신규고용은 예상보다 부진했지만 오히려 침체 우려를 완화시켰다"고 분석했다. 경기침체 전제 조건인 대량 해고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았고, 연준의 정책 대응 여력으로 하방 지지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노 연구원은 AI가 게임 체인저인가에 대한 답을 내릴 차례라고 진단했다. 그는 "힘 빠지는 결론이 될 수 있겠지만 '당장은 알 수 없고 주가 측면에서도 유의미하지 않다'는 생각"이라면서 "과거 닷컴버블 당시 과정과 비교하면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이라고 했다.

이어 "우선 먼저 주가 측면에서 중요한 의사판단은 밸류에이션"이라면서 "밸류에이션이 높을수록 고점 회복이 늦었다"고 했다. S&P500 IT는 2000년 3월 고점을 기록한 뒤 회복까지 17년을 필요로 했지만 닷컴 버블 붕괴와 무관하게 S&P500 IT EPS가 5년 만에 고점을 회복했다는 사실을 들면서다.

그러면서 "주도주 엔비디아 PER은 AI 붐 직후 75.5배까지 상승했으나 곧바로 실적으로 뒷받침했다"면서 "현재 PER은 31.8배, EPS는 전년 대비 6배 가까이 상승했다"고 했다.

이어 "닷컴 버블 당시와 오늘날 AI 붐은 주도주 PER 및 펀더멘털 측면에서 차이를 두고 있다"면서 "주식시장이 AI에 의존한 바는 컸으나 PER상의 버블이 아닌 EPS에 기반한 상승이라는 점에서 차이점을 드러낸다"고 언급했다.

노 연구원은 반도체와 관련해 최근 주가는 급격한 조정을 거치면서 고점 대비 상당 폭 하락했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AI 확산에 따른 수혜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단기적으로 부각된 중국향 레거시 수요 둔화 및 경쟁 심화 우려는 공급사가 주도하는 DDR4→DDR5 메인스트림 전환에 따라 점진적인 안정화 추세가 전망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전환 투자 기조가 유지됨에 따라 구조적 Capa 감소세는 지속될 것으로 판단되며, GPU 외 ASIC이 견인하는 HBM 수요는 우상향 추세가 유지될 전망"이라면서 "예상 실적 기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P/B(주가순자산비율)는 각각 1.1배, 1.2배로 과거 5년 평균(삼성전자 1.6배, SK하이닉스 1.2배)을 하회하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주가가 HBM 확산이 견인한 밸류에이션 재평가 이전 수준까지 회귀한 만큼 큰 폭의 추가 조정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서버 수요는 여전히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며, HBM과 DDR5 중심 선단공정 실적 기여도가 연말로 갈수록 확대될 전망으로 반도체 섹터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제언했다.

노 연구원은 반도체 투자 의사결정은 하반기 국내외 주식시장 성과를 결정 지을 핵심 요소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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