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들 개·고양이 먹는다" 트럼프 발언에 美소도시 폭탄테러 위협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이민자들이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허위 주장을 한 지 이틀 뒤인 12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시 곳곳에 폭탄 테러 위협이 이어지면서 시청 건물이 폐쇄됐다.

ABC,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시는 이날 시청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늘 스프링필드 전역의 여러 시설에 대한 폭탄 위협으로 시청이 문을 닫는다"라고 공지했다.

시 당국은 이 같은 위협이 여러 기관과 언론에 이메일을 통해 전송됐다고 했다. 스프링필드 시장 롭 루는 현지 매체에 "이메일은 지역 주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발송했다"며 "아이티 이민 문제와 관련해 스프링필드에 불만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앨리슨 엘리엇 스프링필드 경찰서장은 "폭발물 감지기 K-9로 여러 시설을 점검했다"며 "초등학교 두 곳과 시청 청사, 운전면허국, 카운티 법원 시설 등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 연방수사국(FBI)이 지역 경찰과 협력해 폭탄 위협의 근원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청 밖에 경찰차 여러 대가 주둔했지만 별다른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앞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처음 맞붙은 TV 토론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며 이민자들에 대한 허위 사실을 주장했다.

그는 "스프링필드로 온 아이티 이민자들은 개, 고양이 등을 잡아먹고 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반려동물도 잡아먹는다"고 말했다. 6만2000명의 작은 도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스프링필드 시의 대변인은 ABC 뉴스에 "이러한 주장은 거짓이며 이민자 커뮤니티에도 애완동물을 해치거나 학대했다는 믿을 만한 보고나 구체적인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ABC는 "스프링필드는 카운티에 약 1만2000~1만5000명의 이민자가 살고 있다고 추정한다"며 "이민자들은 물가가 저렴하고 일자리가 많아 이 지역으로 왔다"고 했다.

시 당국은 "최근 약 3년간 1만5000명의 아이티 이민자가 이 도시로 이주하면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했지만 학교 및 기타 사회 서비스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했다.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은 전날 언론에 트럼프의 발언 이후 자신들의 안전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스프링필드의 일부 아이티계 주민들은 TV 토론 이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고 아이티안타임스는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 같은 소문은 이민자들이 실종된 가정용 반려동물을 먹는다는 한 SNS 게시물에서 처음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게시물을 작성한 에리카 리는 이웃 킴벌리 뉴턴에게서 들은 후 이 글을 썼다고 로이터에 말했다"고 전했다.

킴벌리 뉴턴은 또 다른 친구로부터, 친구는 지인으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이 같은 주장을 한 사람들은 해당 사실을 직접 목격했는지 불분명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아이티 브리지 연합은 이민자에 대한 근거 없고 선동적인 주장을 비난하며 "이민자에 대한 고정관념은 개인과 사회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고 그 여파를 지속시킨다"고 주장했다. 이 소문을 일축한 오하이오 주지사 마이크 드와인은 스프링필드에 더 많은 자원을 보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