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밸류업지수(K-밸류업) 시행에...증권가 '기대반 우려반' 교차

유망기업보다 우수기업 중심 종목구성 → 투자자 유도 제한적

주주환원보다 시장가치 높은 기업 중심

과거 데이터 기준...성장성 낮은 기업 다수 포함

위축되는 증권시장과 시장에서 계속 빠져 나가는 외국인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시행하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Korea Value-up Index)'에 대해, 시장에서 기대와 함께 아쉬움과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24일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구성종목 및 선정 기준을 발표하고 오는 30일부터 실시간 지수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11월 초에는 밸류업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지수 선물과 자산운용사의 ETF도 상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선정 종목과 선정 기준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제도 도입 초기와 제도 마련 과정에서는, 투자자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주주환원에 초점을 두었는데 막상 발표된 내용을 보니 수익성과 시장가치가 큰 '우수성'에 더 중점을 두었다는 지적이다.

iM증권의 신희철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계기가 다른 나라 금융시장 대비 국내 금융시장의 낮은 ROE였고, ROE를 증가시키기 위한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가 주주환원이었다"면서, "이번 선정 종목 가운데 주주 환원 및 수익성과 거리가 먼 종목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실제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높은 기업은 이미 자산가치보다 주식가격이 높다는 의미인데 선정 기준에 PBR이 큰 기업들이 상위에 다수 포진됨에 따라 배당 수익률이나 배당성향 등 주주환원 실적이 큰 의미를 잃었다는 설명이다.

신 연구원은 "편입된 종목들을 보면 배당수익률이 2%를 하회하는 종목이 53개로 과반. 배당 성향이 20%를 하회하는 종목 수 비율이 54%로 과반수이며, 10% 미만인 종목 역시 8 종목"이라며 당초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지적했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도 "종목 구성방법에는 우수기업 편입과 유망기업 편입 방법이 논의됐는데, 이번에 구성된 종목을 보면, 일본의 JPX Prime 150 지수를 벤치마크한 높은 수익성 혹은 양호한 시장평가를 가진 기업(우수기업)을 편입하는 방식에 중점을 두었다"라고 아쉬워했다.

즉, 주주환원을 잘하지만 저평가 받는 기업(유망기업)이 상대적으로 소흘하게 취급됐다는 우려다. 이번 종목 선정에서 주주환원 지표는 절대 금액을 비교하지 않고 단순히 2년 연속 배당 혹은 자사주 소각을 실시했는지 여부만 반영됐다.
 
이밖에도 과거 데이터를 중심으로 선정을 하다보니, 현재 시장 상황을 대변하지 못하거나 주요 종목이 미포함되고, 심지어는 역성장이 전망되는 기업수도 17개, 성장률 20%를 하회하는 종목이 42%를 차지하고 있는 부분도 지적됐다.

한편, 시장 일각에서는 이러한 아쉬움과 우려 가운데도 밸류업 지수 시행이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특히 외국인들이 계속 빠져나가면서 시장이 워낙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뭐라도 해야하지 않겠냐"면서 "일본의 경우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으니 우리도 제도를 잘 운영해서 편입된 종목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투자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