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총으로 만들어진 작은 '감투'가 가지는 의미는 컸다. 신분 상승의 상징이며, 권력의 상징이었던 것이 바로 '감투'였던 것이다.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은 2일 신임 대변인으로 자신이 임명됐음을 알리며 '모자를 두 개 쓰게 됐다'고 표현했다. 모자(감투)를 쓰긴 썼지만 홍보수석직과 대변인직이라는 모자 두 개를 쓰게 됐다는 뜻.
윤승용 대변인은 또 전임 윤태영 대변인을 두고도 같은 표현을 썼다. "그동안 두 개의 모자를 쓰고 있어 대통령께서 한 곳에만 전념하려고 하나를 벗겨주셨다"고 말이다.
윤승용 대변인은 분명 겸직의 어려움을 표현하고 싶었을 것이다. 홍보수석이란 책임이 막중한(?) 직책과 함께 대변인직을 겸하게 되는 것에 대한 고충을 이해해 달라고 표현한 일종의 애교인 셈이다.
그러나 윤승용 대변인은 지금 정말 중요한 위치에 서있다. 윤승용 대변인은 윤태영 전 대변인과 걸어온 길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전임 윤태영 대변인은 지난 2002년부터 노무현 대통령 지근에서 보좌해와 노심(盧心)을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 통해왔다.
반면 윤승용 대변인이 걸어온 길은 정치부 기자 출신으로 국방홍보원장직을 한 것이 전부인 탓에 '할 말은 하고 살겠다'는 대통령의 의중을 잘 파악할 수 있냐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청와대 안팎에서는 윤승용 대변인을 두고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또한 윤승용 대변인이 겸직하고 있는 자리인 홍보수석직에 전임자로 있던 조기숙 전 홍보수석과 이백만 전 수석이 언론과의 마찰이 있었던 점을 상기하면 윤 수석은 하루하루 고된 길을 가야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많다.
윤승용 대변인은 말미에 '모자가 두 개라 힘들겠지만‥'이라고 끝을 흐렸다. 부럽기 짝이 없는 모자를 두 개 쓴 것에 내심 기뻐할 수도 슬퍼할 수도 없음을 표현한 것이다.
앞으로 윤승용 대변인이 두 개의 모자를 얼마나 더 쓰고 있을지는 모른다. 능력이 된다면 참여정부 임기 끝까지 쓰고 있을 수도 있지만 복병을 만나 모자를 벗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모자가 두 개여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