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상품가격에 부가되는 부가가치세가 새해부터 16%에서 19%로 인상됐다.
새해 휴일이 끝나고 실제적으로 부가세 인상 시행 첫날인 2일 독일 소비자들은 평소와 별로 다른 느낌 없이 물건을 샀다.
특히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주부들은 부가세 인상의 효과를 느끼기 어려웠다. 대부분의 생필품이 부가세 인상 품목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기존에 부가세 면제 대상인 집세와 의료비 등은 부가세 인상 이후에도 여전히 면제되고 기존에 7%의 부가세를 물던 부가세 할인품목인 식료품, 도서, 신문, 근거리 교통비, 택시요금, 꽃, 애완동물 먹이 등은 부가세가 인상되지 않았다.
또한 대부분의 백화점과 대형 매장들은 새해 들어 부가세 인상분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할인판매를 시행해 부가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낮은 가격에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은 부가세 인상 효과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부가세 인상으로 독일 경제의 성장세가 주춤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독일 경제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높은 2.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또한 고용시장 여건도 지속적으로 호전돼 1년 전만 해도 12%를 넘나들던 실업률이 최근에는 9%대로 떨어졌으며 실업자 수도 500만명 이상에서 4년 만에 처음으로 400만명 이하로 감소했다.
그러나 부가세 인상 첫해인 2007년에는 성장률이 둔화하고 고용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독일 노동시장 및 직업연구소(IAB)는 부가세 인상으로 인해 향후 3년간 19만개의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IAB는 최근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부가세 인상이 소비자들의 가처분 소득을 감소시키고 소비 수요를 축소시킬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경제성장세와 일자리 창출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부가세가 인상되지 않았다면 올해 13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나고 향후 3년 동안 19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단기적으로는 부가세 인상이 독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부가세 인상으로 연간 약 200억유로의 추가 재원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가세 수입의 약 3분의 1인 65억유로는 노동청 예산으로 전용돼 노동자의 실업보험료 부담금을 낮추는데 활용된다. 노동청은 이를 통해 실업보험료 부담금을 노동자 임금의 6.5%에서 4.2%로 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독일 정부는 부가세 인상으로 늘어나는 수입의 일부를 공공 의료보험과 연금보험 재정을 지원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노동자들의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는 셈이 되고 이에 따라 다시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IAB 보고서는 독일 정부가 부가세 인상분 수입 전부를 노동자들의 사회보장 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 사용한다면 향후 3년간 18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