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전투식량 충분히 보급” 지시했는데… 예산 239억 삭감

윤 대통령, 육군 제15사단 찾아 ‘전투식량 충분히 보급’ 지시했는데

박찬대 의원실 “국방부, 예산 506억원 요구… 정부는 267억만 반영”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육군 제15사단을 방문해 야전부대에 전투식량·통조림 등을 충분히 보급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정작 정부는 국방부의 군급식비 요구안을 대거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과 정부 간 메시지가 엇갈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추석 당일이었던 지난달 17일 강원도 육군 15사단을 방문해 초급 간부들과의 간담회를 가졌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간부들에게 일일이 송편은 먹었는지, 장병 식당 관리 부사관에게 젊은 세대들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잘 먹어야 훈련도 잘하고, 전투력도 생기는 법"이라며 격오지 부대에 통조림이나 전투식량 등을 충분히 보급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언급한 전투식량 예산과 관련, 국방부는 당초 506억원으로 예산 증액을 요구했으나 정부안에는 267억원만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의 기존 예산요구안 대비 약 239억원이 삭감된 것이다.
 


8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실에서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2025년 특수식량 예산안'에 따르면, 국방부는 2025년도 특수식량 예산안을 약 506억원 상당이 되도록 정부에 예산 증액을 요구했으나 정부 예산안에는 267억원만 담겼다.

의원실 측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내용이 담긴 정부 예산안은 지난달 2일 국회로 제출됐다. 이는 윤 대통령이 15사단을 방문했던 지난달 17일보다 앞서 확정된 만큼, 정부가 이미 국방부의 전투식량 예산을 삭감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보급 확대를 지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국방부는 전투식량 요구안을 포함해 2025년도 급식 예산을 약 2조2900억원가량으로 요구했으나, 정부의 예산 조정안에는 1조9300억원 상당이 반영됐다. 국방부의 기존 요구안 대비 약 3600억원 상당이 삭감된 예산안이다.

박찬대 의원은 "윤 정부는 이미 2025년 예산 심의 과정에서 군 급식 예산을 대거 삭감하고 심지어 전투식량 요구안조차 받아주지 않았다"며 "예산을 스스로 삭감해 놓고 전투식량을 충분히 보급하라는 엉뚱한 지시가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전투식량·통조림을 확대 보급할 것인지, 대통령 지시에 항명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