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 조세회피에 발끈한 정치권.. 이행강제금 촉구

구글 등 다국적기업 '쥐꼬리 법인세'.. 법인세수 비중 고작 7%

과태료 적어 자료제출 거부하고 버티는 기업 많아

"이행강제금 도입하고 형사처벌 도입도 검토해야"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들의 조세회피 문제가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외국 다국적기업이 한국에 내는 법인세수 비중이 OECD 평균의 3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수조원의 매출을 기록하고도 본사나 저세율국으로 수익을 귀속시켜 정작 한국에는 '쥐꼬리 법인세'를 납부하는 기업들이 수두룩한데, 적은 과태료 탓에 다국적기업이 국세청의 정당한 자료제출요구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기업에 대해 이행강제금을 도입하거나 필요하다면 형사처벌도 해야 한다며 국세청의 엄정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 다국적기업이 내는 법인세수 비중.. '한국 7% vs 아일랜드 79%'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OECD 법인세 통계를 분석한 결과, 외국 다국적기업이 한국에 내는 법인세수 비중은 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비가중)은 22%로, 한국의 3배가 넘는다. 통상 조세회피처로 분류되는 아일랜드와 홍콩, 싱가포르 등은 외국 다국적기업이 전체 법인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79%, 56%, 55%로 집계되며 큰 차이를 보였다.

이에 글로벌 기업들이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거나 본사를 옮겨 세금을 회피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례로 구글은 한국에서 발생한 앱마켓 수익을 싱가포르에 위치한 구글 아시아퍼시픽으로 이전해 법인세를 회피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국재무관리학회가 추정한 구글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약 12조1350억원에 달하며, 이에 따른 법인세도 5000~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정작 구글코리아가 공시한 지난해 매출액은 3653억원으로, 납부한 법인세는 155억원에 그쳤다.

또한 데이터 에이아이(Data.AI)의 10년 간의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 1000개 앱 데이터를 안도걸 의원실이 분석한 결과, 올해 8월까지 구글의 앱마켓 수익은 최소 6조5000억원으로, 연말에는 6조9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 적은 과태료에 자료제출 거부하는 다국적기업 많아

현행 국세기본법 제88조에 따르면, 기업(납세자)이 국세청의 질문·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과세자료를 기피하는 경우 최소 5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과태료 금액이 적다보니 국세청 세무조사에 성실히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서울지방국세청은 한 글로벌 기업에 92번의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 당시 국세청은 이 기업에 자료제출 요구 1회마다 과태료 2000만원씩 총 18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지만, 2021년 법원은 '92건의 거부가 아닌 하나의 행위'라며 과태료 2000만원만 인정했다.

이에 다국적기업은 국세청의 세무조사에도 '자료가 국내에 없다'는 핑계를 대며 자료제출을 미루거나 거부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도 대책 마련 요구.. "이행강제금 제도 도입 필요해"

정치권에서도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에 대한 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세청 국정감사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의원들이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이종욱 의원은 "법원의 판결 이후, 외국 다국적기업 사이에서 '국세청 자료제출 요구에 대해 최대한 버티자. 여차하면 과태료 몇천만원만 내면 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나 방송통신위원회처럼 이행강제금 제도를 도입하고, 필요하면 형사처벌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넷플릭스코리아가 지난해 8233억원의 매출을 공시하고 납부한 법인세가 36억원에 불과한 사례를 들며 국세청의 실효성 있는 대응 방안을 촉구했다.

조세회피 문제 해결을 위해 OECD 회원국을 중심으로 매출 발생국이 다국적기업의 소득에 대해 과세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미국의 반대로 합의가 늦어지고 있어 그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국세청에서 세무조사를 통한 추징금이든 이행강제금을 강력히 추진하든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민수 국세청장은 이행강제금 도입과 관련해 "기획재정부에 제대로 건의한 적은 없다"면서도 "올해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 디지털서비스세나 원천징수 아이디어도.. 강민수 "염려하는 바 항상 유념하고 있어"

안도걸 의원은 "조세회피 전략을 수립·권고하는 로펌이나 회계법인 등에 신고의무를 부여하는 안을 도입해야 한다"며 "신고 의무를 불응할 경우에는 이행강제금 성격의 과태료를 물리는 안을 검토해 달라"고 했다.

또한 안 의원은 디지털세를 당장 도입하기 어렵다면 과도기 방식으로 합리적인 방안의 디지털서비스세를 도입할 것도 제안했다. 디지털서비스세는 독자적으로 다국적기업의 글로벌 총 매출에 2~3%의 세율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구글이 보유한 여러 서비스에 대한 접근 및 사용을 대가로 국내 이용자가 지불하는 금액을 국내 원천 사용료 소득으로 보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내 이용자가 결제할 때 20% 이하의 원천징수 법인세를 제한 후 대금을 지급하고, 국세청에 해당 세액을 납부해야 하는 걸로 해석이 가능하지 않냐는 것. 만약 사용자들이 원천징수 의무를 시행하기 쉽지 않다면, 외국에 있는 서비스 제공 법인으로부터 해당 자료를 받아 원천징수 의무를 이끌어내는 방식을 시도해보자는 의견이다.

천 의원은 "다국적기업에 대해 대한민국 과세관청이 최선을 다해 징수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등 국회와 국세청이 머리를 맞대 보다 직접적이고 창의적인 해법들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야를 막론하고 여러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강민수 국세청장은 "어느 기업이라고 특정해서 말할 수는 없지만 다 알고, 보고 있다"며 "기업이나 항목에 대해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말씀을 못 드릴 뿐이지 염려하는 바 항상 유념하며 하고 있고,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강 청장은 해외 사례와 디지털서비스세 등에 대해서는 "해외의 경우 자료제출을 거부하면 형사처벌도 고려하는 시스템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고, 국내사례와 외국사례를 다 보고 있다"면서 "디지털서비스세는 다른 나라와의 마찰 등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